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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Apr 17. 2022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아파트

아파트값 5차파동 필사 

최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있다. 바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건설업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레미콘, 철근 가격들이 폭등해서 협력업체에 원자재 가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랑 아파트 가격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저자 최명철께서 저술한 '아파트값 5차 파동'을 필사하면서 과거를 복기해보자. 


<1막 2장, 무조건 사놓자 / 아파트값 5차 파동 / 저자: 최명철> 

73년 10월, 철근파동으로 오르던 아파트값이 안정되고 있었는데 전운이 감돌던 중동에서 기어코 전쟁이 일어나면서 불똥이 튀었다. 아랍 산유국들이 값싸게 이용했던 원유값을 일방적으로 대폭 인상하면서 오일쇼크가 뒤따랐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었다. 정부는 서둘러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하였다. TV 방송 시간을 단축하고 광고용 네온사인을 전면 금지하자 불야성 같은 도시의 밤이 어두워졌다. 각급 학교들도 겨울방학을 앞당겨 실시해야 했는데 사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마냥 좋아했다. 

 그리고 석유값을 3차례에 걸쳐 대폭 인상했는데 월동준비로 바쁜 12월에 석유값을 평균 30% 올리자 밀가루, 설탕, 라면 등 생활필수품과 공산품, 공공요금들이 줄줄이 올랐고 자장면 값도 1백50원으로 껑충 올랐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졌고 가계부는 적자였다. 이때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슈퍼마켓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수출 30억 달러를 달성하고 12.8% 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룩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오일쇼크라는 암초를 만나 충격이 컸다. 원유값이 오르면서 달갑지 않은 인플레가 수입되어 뒤늦게 유비무환을 통감해야만 했다. 

 73년 11월, 실물경기가 고점을 찍고 곧바로 내리막길로 들어서며 불황과 인플레가 뒤따랐다. 즉 실물경기는 침체되고 있는데 물가는 폭등하는 최악의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석유값이 크게 오르자 기름보일러 시설을 갖춘 아파트촌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실내 온도를 낮춰야만 했고 온수 공급도 제한되었다. 여기에 관리비 부담 마자 가중되어 가계의 주름살은 깊어만 갔다. 이처럼 아파트 생활이 불편해지자 팔려고 내놓는 매물이 늘어났다. 모든 물가가 날개를 달고 치솟았는데 아파트 값만은 10%가량 떨어졌지만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한 달쯤 시간이 흐르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74년 1월, 겨울철 비수기였는데 투자 분위기가 확 바뀌어 이례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띄었다. 자고 나면 물가가 무더기로 오르자 가만히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 것만 같아 뒤늦게 '무조건 사놓으면 손해를 안 본다'는 환물 심리가 고개를 쳐들었던 것이다. 

 통상 인플레가 발생 화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인플레 보상심리가 발생해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이때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 부동산 값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화폐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를 했는데 인플레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물가상승으로 떨어진 화폐가치를 부동산값이 상승하여 상쇄시켜 주기 때문에 일종의 '인플레 보험'에 드는 효과가 있었다. 

 일찍 타오른 불꽃이 먼저 꺼지는 법. 경기침체로 활황 장세가 꺾이면서 주식시장은 파장 분위기가 확연했지만, 실물경기에 후행하는 주택시장은 오히려 뜨겁게 달아올라 앞바람, 주식 바람에 이어 뒷바람, 부동산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나타났다.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 시세가 좋을 때 팔고 집을 사자며 주택시장을 기웃거렸다.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이탈한 투기성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었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 토지보다 건축자재 비중이 높은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월등히 높아진다. 물가가 오를수록 땅값보다 건자재값 상승률이 높아져 건축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게 된다. 

 물가상승률이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예금을 해봐야 손에 쥐는 것이 별로 없어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동분서주하는 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훗날의 복부인들이었다. 팔려고 내놓는 매물은 복덕방 매물장에 적힐 겨를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려 나갔다. 셋방살이를 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플레는 '물귀신'과도 같은 것이다. 한 번 발목이 잡히면 저축하고 근검, 절약을 해도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서둘렀다. 집값 상승을 예상한 사재기마저 가세하자 매물이 금세 바닥났고 아파트값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한편 토지시장에서는 광역 아산만 개발계획이 발표되어 주변지역 땅값이 폭등하는 지진이 일어났다. 

 74년 2월, 석유값이 평균 82% 인상되며 인플레가 절정을 이뤘다. 이때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매서운 공무원 사정 칼바람까지 불었다. 호화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공무원이 사정대상이 된다는 소문이 이 기회에 집값 상승률이 처지는 단독주택을 처분하고 아파트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마치 울고 싶은 아이의 뺨을 때려 준 격이었다. 

 이처럼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 뉴스메이커가 됐다. 단독주택보다 비쌌지만 가격 상승률이 높아 투자대상 1순위로서 손색이 없었다. 당시 주택시장을 주도한 아파트 1번지는 한강변에 3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동부 이촌동이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한강맨션아파트 값이 주변 아파트 시세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어 영향을 미쳤는데 황제아파트였던 셈이다. 

 당시에는 도심과의 거리, 아파트 단지 앞으로 버스가 다니느냐에 따라 아파트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거환경이 좋은 맨션아파트의 경우 두 달 남짓 30~50% 상승해 평당 40만 원까지 치솟아 철근파동이 시작될 때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고 투자하여 첫차를 탄 사람들은 곱절치기를 했다. 


읽어보니 어떤가? 거의 50년 전인 70년대이지만 지금이랑 다를 바가 없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한 모습과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태는 사뭇 닮아있다. 2022년의 우리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인플레를 겪고 있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유가는 2,000원이 넘은 곳이 자주 보이고 밥 먹을 때 만 원은 기본이다. 그리고 인플레에 대항하기 위해 직장인들은 계속해서 월급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아파트는 위에 저자가 얘기한 대로 건설자재가 많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Hedging 하는 자산이라고 하나보다. 부동산 시장은 지금도 많이 오른 상태이나, 인플레이션이 어떤 영향을 줄지 매우 궁금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관찰하고 공부한다면 내가 앞으로 살면서 마주할 다른 시기의 인플레이션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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