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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티나무 Jun 10. 2021

"아들,자O행위는해봤니?"

아빠 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세요? (아빠의 성교육)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들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성교육을 직접 해주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에요. 주로 아빠가 아들들에게, 엄마는 딸들에게 2차 성징이 오기 전부터 성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공교육에서도 성교육이 꽤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한국에서의 '성 인식'은 비교적 서구권 문화보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고 은밀한 것 같아요. 두 남녀가 사랑을 하고, 아이를 잉태하고 기르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국의 어른들은 성에 대해 감추기 바쁘고, 부끄러워하기 바쁜 것 같아요. 


성은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들이 '성 주체'가 되어 본인들의 성을 아름답게 가꾸고, 안전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어른들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음주문화가 발달해서 그런지, 예전부터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있죠.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술은 어른들에게 배워야 하는데, 왜 성교육은 어른들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시절 성교육 시간이 기억이 나요. 남성, 여성의 신체 구조의 차이, 아이가 잉태되는 과정, 피임법 및 성병 등에 대해 주로 시청각 자료 하나 보고 대부분 끝이 났던 것 같아요. 게다가 성교육마저도 주입식 교육이었고, 이에 대해 아이들은 성교육을 진중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치 노는 시간 혹은 굳이 배워도 되지 않는 과목쯤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개개인마다 각자 2차 성징의 시기와 정도가 판이하게 다르고, '성 감수성'이 각기 다른데, 획일적인 성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공교육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주위 어른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모르는 부분들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른들 중에는 본인들조차 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아빠, 엄마들은 본인들의 자녀가 그릇된 '성 인식'을 갖기를 원치 않는 부모는 아마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아들아, 자위행위 해봤니?"


위와 같은 질문을 아빠에게 직접 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분이 어떨까요? 


우선 굉장히 당혹스럽겠지요. 아마 대답을 하기 싫거나 그 자리를 회피하려고 할 거예요. 아빠가 위 질문을 우리 두 형제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이전부터 체계적으로 그리고 단계별로 진행됐던 '아빠표 성교육'이 전제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어요.



아빠는 우리 두 형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도달하자 성교육을 직접 하기 시작했어요. 아빠는 성교육시간에 성에 대해 돌려 말하거나, 비겁하게 회피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미화시키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성을 우리들이 왜곡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해 주었어요. 


성기를 왜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지, 성기를 왜 청결하게 씻고 잘 관리해야 하는지,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기본적인 성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성교육을 해 주었어요. 아빠와 평소에 별 다른 대화도 없는 채로 아무런 유대관계가 없다가 갑자기 아빠가 불쑥 자식에게,


"아들들, 잠깐만 여기 와서 앉아봐, 아빠가 지금부터 성교육을 시작해 볼게"


라고 한다면, 저희 두 형제도 아마 많은 거부반응을 느꼈을 거예요. 아빠는 이전부터 친구 같은 아빠로서 눈높이를 많이 낮춰서 우리들과의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의 성교육은 우리들에게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요. 




아빠의 성교육은 꽤 체계적이었어요. 너무 앞서 나가지도 않았고, 너무 뒤처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지지도 않았어요. 아빠는 이미 남자로서, 그 나이대와 성장과정을 모두 겪어 봤기 때문에, 이 나이쯤 오면 어떤 생리적 현상이 일어나는지 모두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에 맞춰 성교육을 해 주었던 것이고요.  


우리 두 형제는 그런 아빠에게  우리들만의 성에 대해서 부끄럽게 숨기거나 따로 비밀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아빠와 성에 대한 정보와 나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였어요. 


2차 성징이 도래하여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나는 아빠에게 자랑스럽게 이 사실을 말했어요.


"아빠, 아래가 며칠 동안 간지럽더니, 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해요"


마치 못 찾았던 물건을 찾은 것처럼 신이 나서 아빠에게 말을 하면,


"아들, 축하한다. 이제 소년에서 어엿한 남자가 되어가고 있구나. 몸 건강히 이대로만 커다오"


아빠는 이렇게 화답해 주었어요. 





나는 여학생들과 초등학교 때 받은 연애편지를 아빠와 공유하면서, 연애 고민이 있으면 항상 아빠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아빠, A 친구가 나를 좋아해서 이렇게 손수 편지를 써서 줬는데, 저는 이 친구를 좋아하지 않아요.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빠는 그러나 바로 답을 주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 해"라는 식의 명령조로 이야기하지도 않았어요. 항상 내 입장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답에 대해서는 오히려 제안이나 제시를 해 주었어요. 그런 아빠가 옆에 있으니 나는 항상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굉장히 사적이면서 비밀스러운 '성'에 대해서 아빠에게 공유를 하니, 이제 아빠에게 말 못 할 비밀은 없을 것 같았어요. 


초등학교 때 받은 연애편지를 아빠와 고민하며, 연애상담을 받음


친구들 사이에서도 성지식은 내가 단연 1등이었어요. 친구들은 주로 폐쇄적인 경로(?)를 통해 성을 접하거나 주위에 성에 대해 물어볼 어른이나 멘토가 없었어요. 그때는 인터넷 검색을 하지도 못했어요. 따라서, 친구들 중 몇몇은 그릇된 성 인식을 갖거나,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된 친구들도 더러 있었어요. 친구들은 성에 대한 고민이나 연애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나를 찾기 시작했어요. 나도 아빠가 나에게 똑같이 해준 것처럼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과 상담을 해 주었어요. 




아빠는 항상 성이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강조를 했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즐길 수 있는 축복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라고 말했어요. 아빠는 엄마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였어요. 우리 삼남매가 보든 말든 큰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아빠가 출근할 때면 우리 가족들은 현관문 앞에 일자로 서서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했어요. 엄마는 항상 아빠와 포옹과 뽀뽀를 했어요. 



운전할 때도 아빠는 엄마손을 자주 잡고, 집에서 껴안고 있거나 아니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나는 자연스레 모든 집 부모님들이 똑같이 행동하는 줄 알았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사실 모든 부모님들이 똑같이 애정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 부모님이 유독 애정표현이 많았었고, 우리 삼남매는 그 안에서 부부사랑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보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아빠가 두 형제를 거실에 불러 모으더니, 아래와 같이 질문하는 거예요. 


"아들아, 아들들 혹시 자위행위가 뭔지 아니?"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있어서 자위행위는 분명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를 아빠는 전혀 부끄럽지 않게 오히려 당당하게 얘기했어요.


"아빠는 말이야, 학창 시절 때,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 못 해서 자위행위를 하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자위행위가 나쁜 것만은 아냐. 손을 청결하게 씻고, 올바른 정신으로 주기적으로 자위행위를 하면 나쁜 생각도 사라지고, 성욕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부분이 있단다." 


아빠는 덧붙여서 대화를 이어나갔어요.


"그런데, 얘들아, 자위행위에 빠져 너무 여기에만 몰두를 하면 건강에 당연히 좋지 않단다. 정말로 욕구를 해소해야 할 때, 청결한 상태에서 하는 게 좋단다. 뒤처리도 깔끔하게 잘해야 하고"



자위행위에 대해 성교육받은 것을 친구들에게 얘기 해 주니, 친구들은 모두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거예요. 


"야, 너네 아빠 정말 멋지다, 우리 아빠는 너무 엄하셔서 그런 대화를 아예 못해.."


어떤 친구는 저에게 부럽다고까지 얘기했어요. 







고등학생이 되자 아빠의 성교육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나는 올바른 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성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양지로 끓어 올려 같이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배우게 되었어요. 


나도 이제는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아빠가 나와 동생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커리큘럼으로 아들들을 직접 성교육을 직접 해주기로 다짐했어요. 


돌이켜보면, 아빠에게 성교육을 받으며 저는 문득 생각이 났어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아빠가 직접 가르쳐주고 옆에서 도와주면 더 멋지고 풍요로운 인생이 될 것 같아요. 


가령, 넥타이 매는 법, 면도하는 법, 조문하는 법, 세금의 종류, 자동차 정비 법 등 아빠에게 배울게 무궁무진할 거예요. 



나보다 인생을 더 먼저 살아본 나와 가장 가까운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교육, 바로 참 교육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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