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날

책, 너를 사모한다

by 팽나무

오랜만에 집 근처 글마루도서관에 들렀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책이 주는 포만감 때문이리라. 더불어 책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추억도 떠오른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가난했다. 가난한 정도가 아니라 세끼 밥 먹고 살기도 힘들었다. 그때 나는 책을 무척 좋아했으나 책살 돈이 없었다. 책을 많이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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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빌려보기 위해 나는 친구들 숙제를 대신해준 적도 많은데 책을 다 보고 나면 돌려줘야 한다는 게 못내 아쉽고 속상했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책꽂이에 폼 나는 세계문학을 꽂아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내가 돈을 벌어 책을 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요즘처럼 부모님을 도와주고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다. 며칠간 궁리한 끝에 떠오른 생각은 밤을 줍자는 것이었다. 산골이어서 가을이면 산에 알밤이 많았다. 떨어진 알밤은 아이들 몫이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부지런히 알밤을 주웠다. 한 번은 독사를 만나 혼비백산한 일도 있지만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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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은 밤은 엄마가 오일장에 내다 팔아 주었다. 거의 일주일 동안 산을 샅샅이 뒤지며 알밤을 주운 결과 책 두 권 정도를 살 수 있는 돈이 생겼다. 나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평소에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책 두 권을 샀다. 그리곤 밤을 새워가며 읽고 또 읽었다. 친구들이 오면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던지 대놓고 자랑은 못했지만 친구들이 봐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책에 대해 목말랐던 탓에 직장생활을 할 때는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다 쌓아놓고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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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좋은 책을 보면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만 살림을 하다 보니 책을 마음껏 살 수가 없다. 사실 요즘은 어디서든 책을 빌려볼 수 있다. 다만 책 볼 시간이 없어 못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벌써 입추도 지났다. 머지않아 신선한 바람이 창문을 기웃거리는 가을이 올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허전해진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의 허기, 책으로 채워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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