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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 나를 지키는 일상의 작은 조각들

쉼, 그리고 회복의 기록

by 코지모

지난 2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면 몇십 년을 살아오며 겪은 일들보다 더 큰 변화들이, 이 짧은 시간 안에 몰아쳤다.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몸과 마음에 낯선 변화들이 찾아왔고, 그 여파로 환경까지 변한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전환점에서 변화가 시기적으로 필연적이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변화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아이가 떠난 집에는 마음에 텅 빈 정적만이 남았고, 일터에서는 번아웃을 겪었으며, 시모와의 관계에서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의 병환까지 겹쳐 감당하기 벅찼다.


나를 돌보기 위해 분가를 결심했다.

그리고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자 장기 여행도 떠났다. 하지만 심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의 여행은 오히려 몸에 무리를 주었다. 해외에 사는 지인의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바뀐 음식, 시차, 생활 방식은 알게 모르게 내 몸을 상하게 했다.


나이가 들수록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각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일상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그 기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 후로 나는 회복을 위한 작은 일들을 일상 속에서 하나씩 시작했다.

피아노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상을 버틸 체력을 키우기 위해 PT를 받고, 숨을 잘 쉬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내 안의 어두운 감정을 쏟아내고 비워내기 위해 노래도 배웠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대하는 만큼 자주 쓰진 못하지만, 마음을 보듬을 필요가 있을 때는 조용히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이 모든 건 나를 지키려는 본능 같은 선택들이었다. 누구도 방법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숨 쉬기 위해, 나를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택했던 길이었다.


나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여정의 시간들을 하나씩 기록해 나가려 한다.



배너 이미지: Edward Hopper 'Morning Sun'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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