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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 숨이 나를 쉬게 해야 해요.

요가, 숨,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연습

by 코지모

네 달 전, 요가를 시작했다.


유연함이나 근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꾸 흩어지는 내 마음을 챙기고 싶었다. 평온함 속에서 중심을 다시 찾고 싶었다.


명상요가를 찾아 헤맸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수업은 자세에만 집중했고, 고요함보다는 움직임에,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겉모습을 다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에서 조용한 요가 스튜디오를 발견했다. 겉보기엔 여느 요가 공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상담을 해주던 선생님의 얼굴에서 이상하리만치 깊고 평온한 기운이 느껴졌다. 단정한 말투와 잔잔한 눈빛에 이끌려, ‘여기라면 나도 평온해지겠다’라는 느낌이 들었고, 곧바로 등록했다.


첫 수업에서, 무언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팔, 다리, 어깨 하나하나에 숨을 천천히, 깊게, 고르게, 불어넣어 주세요. 수고했다, 괜찮다 - 다정하게 토닥여 주세요.”

“내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이 나를 쉬게 해요.”


선생님의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마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지는 듯한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나는 그동안 내 몸을 너무 통제하려 했던 것 같다. ‘왜 아프지? 왜 이렇게 굳었지? 왜 이렇게 늙었어.’ 스스로를 다그치고, 탓하고, 고치려 들었다. 하지만 내 몸을 그렇게 있는 그대로, 다정하게 바라본 적은 없었다.


이곳에서는 ‘호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호흡은 단순한 숨쉬기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숨이 몸 안 깊숙이, 근육 사이사이까지 천천히 스며들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고르게 퍼져나간다. 내장의 깊은 곳까지 이완되고, 눈과 얼굴의 긴장도 부드럽게 풀린다.

숨이 부드럽게 들이쉬고 내쉬어지면서, 몸의 동작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숨이 곧 움직임을 이끈다.


숨, 그 단순한 행위 하나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 있는지를 매 수업마다 새롭게 느낀다.


요가를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길, 뻣뻣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몸이 한결 가볍게 풀린다. 막혀 있던 기운이 흐르기 시작하고, 발걸음도 가벼워지며 마음까지 너그러워진다.


물론 아직은 서툴다. 숨을 깊이 들이쉬어 가슴과 어깨까지 자연스럽게 깊이 채우는 일이 여전히 어렵다. 숨이 중간중간 끊기고, 어디선가 턱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제대로 쉬는 법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숨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는데, 나는 이제야 그것과 마주하고 있구나.‘


나는 올바른 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법을 천천히 배우는 중이다. 숨을 바꾸면 몸이 달라지고, 몸이 달라지면 결국 마음과 삶이 달라진다.


요가는 나의 삶의 속도와 깊이를 바꾸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작이다. 어쩌면 내 삶을 다시 보듬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네 달 만에 이 정도라면, 연말쯤에는 나는 얼마큼 달라져 있을지 기대된다.




배너 이미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Woman Before the Rising Sun’ 1818-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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