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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사원상을 받다

by 에리카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나는 역시 사람을 대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손님이 없어 지루한 것보다는 몸이 힘들어도 손님이 많아 바쁘고 정신없을 때 더 에너지가 솟고 신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멤버십 어드바이저 일 또한 걸려오는 전화를 최대한 빨리 응대하고 (오랫동안 대기하는 고객들에게 미안했다) 그날 나에게 할당된 이메일을 재빠르게 처리하고 나면 정시에 퇴근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뒤에 뭔가를 남기고 간다는 찝찝한 느낌이 없이 개운하게 사무실을 나설 수 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 홀가분한 기분!

보너스로, 응대한 고객들에게서 “정 상 덕분에 여행을 잘하고 왔어요.”, “신속하게 처리해줘서 고마워요.”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 뿌듯함이 더 신나게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멤버십 어드바이저의 업무평가는 하루에 처리한 전화와 이메일의 수, 그리고 고객들로부터 받은 설문조사 평가를 종합해서 이루어지는데 일본인 팀에서 언제나 1위는 사이보그로 불렸던 K상이 차지했다. K상은 거의 기계적인 톤의 목소리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하이, 하이.” 와 같은 대응 때문에(그래서 사이보그란 별명이…) 간혹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수치적으로는 압도적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매니저인 U상은 K상을 아주 좋아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크게 교류는 없었지만 말이다.

세뱃돈 봉투를 들고 직접 나눠주던 CMO / 중화권이라 붉은 봉투(홍빠오)에 돈을 담아 건넨다

구정이나 큰 명절을 앞두고는 본사의 매니지먼트 팀과 마케팅 직원들이 싱가포르 지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세뱃돈을 나눠주기도 하고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제안을 할 수 있는 미팅 자리를 마련하곤 했다. 또한 한 해 동안 실적이 좋았던 사원들에게 ‘우수 사원상’ 표창을 나눠주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나는 입사 후 1년 정도가 됐을 때 이 표창을 받았다. 일본팀에서는 K상과 내가 유일했다. 고객들이 설문조사에 남겨준 개인적인 코멘트들 또한 모아서 파일로 받게 되는데 그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본사에서 받은 우수 사원상, 예이!

간혹 억지를 부리는 고객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일부였고, 여러 번 통화나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서로 신뢰관계가 쌓여가고, 나중에는 몇몇 고객과는 가족 이야기, 휴가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쇼핑은 무엇을 했는지 등을 들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때만큼 즐겁고 기대되는 시간이 또 있을까.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 나의 업무라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건 개인적인 성향과 관련이 있겠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의사, 경찰, 변호사 등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에서 언제나 아픔, 고통, 문제, 원망과 관련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고, 그래서 그 일을 하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감정적으로 타인에게 동화가 잘되고 가끔은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성향을 가진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일이라고 느꼈다.


매일매일을 하루 종일 아픈 사람, 화가 나 있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은 감정적으로 쉽게 소모되는 자신이 오히려 병이 들 것 같았다. 나는 이왕이면 행복, 희망, 즐거움, 보람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메리어트 베케이션 클럽의 멤버십 어드바이저로 일한 경험은 실제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하나씩 실제로 경험해가면서 나와 맞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나를 알아가는 것 또한 역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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