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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ul 16. 2020

제가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물어야 할 질문

아직 미흡한 글 실력이지만 제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개인적으로 여쭤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일단 1. 정말 감사하단 생각이 들고 2. '좋아하니 계속할 수 있고,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늘었습니다라'는 정말 정석적인 답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그럼 나는 글쓰기가 왜 좋은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최근에 와서야 구체적으로 정리가 된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이유는 크게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아 이 소화 잘되는 느낌 

1. 머리 속이라는 서랍을 정리하는 행위

저는 물건이 어지럽혀져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이에요.  시각적인 자극에 예민한 타입이라 그런 것 같은데 방이 어지럽혀져 있거나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거든요. 그리고 외부 환경을 정리하면 마음도 정리되는 느낌이라, 고민이 있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팔을 걷어붙히고는 본격적으로 물건을 정리 정돈하고 버릴 건 버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싹싹합니다. 그러고 나서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참 개운해지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는 행위도 그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내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야 하거든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의 흐름, 무엇이 중요한 메시지인지, 내가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고 싶은지 등등 구분을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어요. 또한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명확히 그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글을 쓰기 전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정리를 하게 돼요. 


그렇게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내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흐트러져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 들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나면 서랍 하나를 말끔히 정리한 느낌이 든답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저는 참 '개운하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명상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명상이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내다 버리고 깨끗하게 하는 행위라면, 글쓰기는 물건들을 제자리에 넣고 각 맞춰서 정리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 


2. 내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사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자매님, 싱가포르로 이직 안 하고 뭐해요> 이야기는 처음엔 쓸 예정에 없던 글이에요. 해외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크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고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아마도 공감하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리고 '해외취업'이라는 건 더 이상 개인적으로는 관심사가 아니다 보니 따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싱가포르라는 나라 또한 제 인생의 한 챕터를 빛내주고 이제는 지나간 옛 연인 같은 존재...라는 느낌에, 다가올 다음 챕터에 관심을 쏟고 있었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SNS에 중독된 것 같은 제모습이 싫어서 인스타그램도 지우고 아예 모든 것을 멀리한 시기가 있었어요. 

이런 명상 룸 로망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명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내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르는 거예요. 나 자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 글, 영상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많이 도움을 받았으면서 정작 나는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 메시지를 들은 순간, 제 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제가 한 경험들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블로그 포스팅도 열심히 하고요. 이제는 제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타인과 공유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영감이나 용기,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이유가 꽤 강력한 동기로 작용해서 글을 계속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어떻게' 하는지 방법론을 알고 싶다면 검색으로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왜'라는 질문의 답은 자신밖에 모르는 것이죠. 그래서 계속해서 물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지?', '나는 이게 왜 좋을까?', '나는 이 일을 하면 왜 보람을 느끼지?'처럼 계속해서 집요하게 묻다 보면 가장 중심부에 언젠가는 다다르게 되지 않나 싶어요. 


여러분은 글을 잘 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왜' 잘 쓰고 싶으신지부터 먼저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는 분명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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