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오히려 성장하는 기업의 비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오히려 피봇에 성공해 폭발적 성장을 한 기업들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전세계적으로 케이스 스터디가 될 만한 좋은 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살고있는 캐나다를 포함해서 현재 북미권에서 핫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곳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샐러드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먹는다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텐데요. 하지만 그 냉장고가 무인 자판기라면 어떨까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파머스 프릿지는 건강한 음식을 누구나 쉽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해 현재는 미국 전역의 학교 캠퍼스, 공항, 병원, 오피스 빌딩, 아파트 등에
무려 400개가 넘는 ‘냉장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자판기로 뽑아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꽤 다양하지만 북미에서는 자판기 (vending machine)이라고 하면 캔디, 초콜릿, 감자칩처럼 정크푸드가 대부분이라 신선한 음식을 자판기로 사먹을 수 있다는 점 자체가 큰 화제가 되었지요.
파머스 프릿지가 판매하는 메뉴는 사실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오버나잇 오츠, 샐러드, 파스타, 부리또 볼 등 간단한 메뉴가 대부분인데요. 하지만 좋은 로컬 재료를 사용해 신선하게 만든 건강한 음식을 간편하게 쉽게 사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쁜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파머스 프릿지는 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맥도날드의 전 CEO인 돈 톰슨 Don Thompson이 이끄는 투자 회사 Cleveland Avenue로부터 7500만 달러 (한화 약 880억)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파머스 프릿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의 집으로 직접 배달하는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타겟, 쥬얼 오스코 등과도 계약을 맺어 소비자들이 더 쉽고 간편하게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머스 프릿지의 흥미로운 부분은 브랜드를 사랑하는 진짜 ‘팬’ 고객이 많다는 점인데요. 파머스 프릿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실제 고객들이 보낸 사진들과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도 진출해달라는 코멘트가 포스팅마다 가득합니다. 귀여운 어린이와 강아지가 제품과 함께 찍은 사진, 먹고나서 남은 용기에 크레용을 보관하거나 꽃을 담아 재활용하는 사진 등을 공유하는 모습이 마치 친근한 동네 커뮤니티같은 인상을 주지요. 충성 고객이 많은 파머스 프릿지는 마케팅 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브랜드입니다.
Images © Farmer's Fridge
샐러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요리라기보다는 신선한 재료를 준비만 잘 해놓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메뉴인데요. 그 점을 잘 활용한 회사가 바로 초우보틱스입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의 배달 비즈니스의 무려 48%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도어 대쉬가 이 샐러드 메이커 로봇 ‘샐리’를 인수해 화제가 됐죠. 도어대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던 한정된 포트폴리오에서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스타트업이었던 초우보틱스 입장에서는 도어대쉬의 네트워크를 통해 단숨에 미국 전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샐리’는 프로그램에 입력된 각 메뉴 별로 들어가는 재료, 비율, 조합을 사용해서 샐러드, 포케 볼, 파르페, 씨리얼 볼 등을 뚝딱뚝딱 만들어냅니다. 자판기 하나가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니 병원, 대학교 캠퍼스, 식료품 마트 등 다양한 곳에 진출했죠.
콜럼버스가 계란의 모서리 부분을 깨서 테이블에 세우고 나니 다들 “그건 나도 하겠다.”라고 했던 것처럼 사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그걸 현실로 만들어낸 회사가 바로 초우보틱스네요. 아르바이트생도 필요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니 샐리의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Images © Chowbotics by DoorDash
마지막으로 소개할 캐나다의 푸드 테크 스타트업 업밀스의 비즈니스 구조는 앞에 소개한 두 회사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업밀스는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드류 먼로가 운영하던 밴쿠버의 유명한 케이터링 회사인 드류스 케이터링 Drew’s Catering에서 피봇을 한 경우인데요. 다양한 인종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밴쿠버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꽤나 까다로운 일입니다. 맛과 영양 밸런스를 맞추는건 기본이고요. 그래서 드류는 고객의 프로필에 맞춰서 자동으로 가장 적합한 메뉴구성을 제안하는 AI가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고, 그가 식당의 냅킨에 적어내려간 프로세스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참 스타트업스러운 이야기죠.
현재 업밀스는 캐나다의 가장 큰 통신회사인 텔러스 Telus,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스퍼드 SPUD, 미국의 최대 채식관련 제품 이커머스인 플랜트 엑스 PlantX, 명문대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 UBC, SFU 등과 같은 고객에게 맞춤화된 패키지 식품을 제공합니다. 특허받은 스마트벤딩 SmartVendin이라는 자판기를 통해 24시간 건강한 음식을 판매하고 기계마다 설치된 클라우드를 통해 머신러닝이 가능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메뉴는 더욱더 고객에게 맞춤화되는 선순환이 가능하죠.
무엇보다 CEO가 프로페셔널 셰프 출신이다보니 음식의 퀄리티와 맛이 상당한데요. 판매처를 늘려달라는 고객들의 요청 덕분에 이번 달 11월에는 독자적인 이커머스 역시 런칭하게 됩니다. 서비스 지역은 캐나다에서 시작해 곧 미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어려워진 케이터링 비즈니스에서 지금은 스마트벤딩 자판기 설치를 원하는 기업고객들이 대기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180도 변했네요.
사실 저는 지금 업밀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 글에서 소개한 이야기 외에도 아직 공개적으로는 공유할 수 없는 좋은 소식들이 많아서 사실 입이 간질하답니다. 회사가 매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걸 함께 경험하면서 로켓에 올라 탄 느낌이 이런건가 생각하곤 해요.
함께 살펴 본 이 세 회사 외에도 위기 속에서 오히려 폭발적인 성장한 기업들은 “성공하는 사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공식을 증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