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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Nov 28. 2021

밴쿠버는 정말 세계에서 손꼽히는 살기 좋은 도시일까?

에리카의 밴쿠버 이야기 #2

이전 글 "내가 캐나다로 오게 된 이유"에서 소개했듯 저는 사실 어찌 보면 우연한 기회로 캐나다에 오게 된 경우라 솔직히 말하면 크게 기대를 하거나 어떤 환상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면 그래서 오히려 이 도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일본 도쿄에서 3년 정도 유학을 했었고, 싱가포르에서 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시아, 유럽 국가를 다양하게 여행하는 동안 항상 "이곳에서 사는 건 어떨까?"라는 시선을 가지고 그곳의 삶을 관찰했었어요. 한번 사는 인생, 전반전은 (?) 한국에서 살아봤으니 다양한 나라에서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여행으로 잠깐 방문해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경험하는 것과 실제로 그곳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건 다르기에 정말로 "살기"에 어떤 곳인지가 궁금했어요.


밴쿠버로 오기 전, 리서치를 하면서 눈에 띈 건 이코노미스트지 산하의 인텔리전스 유닛 (EIIU)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최근에는 순위가 좀 떨어졌지만요) 도시라는 거였어요. 하지만 저는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하지 말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기에 살면서 느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이제 약 1년 정도 살아보니 어느 정도 이 도시에 대한 저의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밴쿠버는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일까?"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그럼 제가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볼게요.


흔한 동네 공원 © 에리카

1. 공기가 정말 깨끗하다

밴쿠버에 도착해 자가격리가 끝나고 처음으로 자유롭게 산책을 나갔던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숨을 깊게 들이쉬는데 어쩜 공기가 그렇게 맑고 맛있는지요. 평범한 주택가 거리를 거니는데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좋아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제가 비염이 있어서 코가 항상 조금은 막혀있는 편인데 밴쿠버에 와서는 비염도 거의 없어졌고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서 그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행복함을 느낀답니다.


2. 한 도시 안에서 산, 바다, 호수를 즐길 수 있다

스쿼미시에서 하이킹 © 에리카

사실 이 점이 밴쿠버에 관해 리서치를 할 때 가장 어필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도심 한복판에서도 마치 윈도 배경화면 (식상한 표현인 거 알지만, 그 느낌 아시죠...)을 보는듯한 멋진 산이 보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탠리 파크와 잉글리시 베이로 나가면 바다를 즐길 수 있고, 동네 곳곳에 하나씩 있는 작은 호수는 물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금세 고요해지는 거대한 호수를 산책할 수 있어요.

 

평화로운 잉글리시 베이 © Jason Yeh on Unsplash
캐나다의 흔한 나무 크기? © 에리카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 콜롬비아 British Columbia 주 안에는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많아서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들 여행을 오는데요. 주말이면 간단히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노스 밴쿠버나, 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스쿼미시 Squamish를 방문해 멋진 자연 관경을 즐기고 맛있는 걸 먹고 돌아올 때면 이렇게 접근성이 좋다는 것에 참 감사함을 느끼곤 해요.

호박 따기 체험을 하러 간 BC 주의 농장에서 © 에리카


3. 아시안 이민자로 살기에 편하다

우리 솔직히 이야기해볼까요. 사실 내 나라를 떠나서 외국에서 사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교포가 아닌 이상 언어적 한계도 있을 테고, 아시안이라는 인종 자체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해외에서 살면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삶과 똑같은 삶을 기대한다는 건 사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상생활, 업무를 영어로 하는데 무리는 없지만 그래도 결코 네이티브는 아니에요. 아시안, 게다가 여자이죠. 그래서 어떤 국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저의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일상생활 속에서 위협을 당할 수도 있고, 커리어적 기회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초반에 언급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리스트에 올라온 나라들이 정말로 살기 좋은 도시일까요? 극단적으로 영어가 네이티브인 백인 남성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시아 출신 여성이 같은 도시로 이주한다고 해서 같은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제가 파트타임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업 밀스 UpMeals도 다양한 국가 출신의 동료들이 있어요 © 에리카

밴쿠버는 정말 다인종이 모여 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무려 메트로 밴쿠버 인구의 43%가 아시안이죠. 초기의 중국 이민자들이 잘 정착해서 살아 준 덕분에 사실 지금 저를 포함한 아시안 이민자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통계적 수치를 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다운타운을 거닐다 보면 반은 백인, 반은 아시안이라는 인상을 받아요. 이란, 인도, 필리핀계 인구도 많고요. 사실 이런 면에서 싱가포르에서의 생활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덴마크 코펜하겐을 여행할 때 아시안이 너무 적어 처음으로 스스로 이질감을 느꼈던 걸 생각하면 밴쿠버는 누가 현지인인지 여행객인지 (패션이나 행동을 제외하면) 잘 구분하기 어려워요. 다들 각자의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이야기하고요. 네이티브가 아니라고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어요.


다운타운에만 해도 대형 한국 마트가 몇 개나 있고, 아시안 요리는 원하는 건 거의 다 쉽게 사 먹을 수 있어요. 여행자가 아니라 정착해서 사는 거라면 이런 점도 아주 중요하죠.

네덜란드인 친구와 함께 다운타운에서 싱가포르 음식을 먹으며 스쿼미시에서 하이킹 © 에리카

이민정책도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하면 (제가 알아본 기준에서) 우호적이라는 게 느껴져요. 저는 현재 MBA 과정을 밟고 있는데 2년 과정을 졸업하고 나면 3년짜리 취업비자가 발급돼요. 보통 1년이나 2년짜리가 나오는 것에 비하면 꽤 너그러운 기간이지요.


물론 여기 정착해서 오래 사신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밴쿠버에서 지내면서 딱히 불편한 점도, 불만스러운 점이 없어요. 그리고 어디에서 살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좋은 점에 집중하고 배우려고 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밴쿠버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우선 비싼 렌트비가 가장 큰 단점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누릴 수 있는 많은 좋은 점들을 생각하면 그 비용이 다 포함된 거라 생각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 절약을 하게 되니까요 (한국이나 싱가포르에서만큼 쇼핑을 하지 않게 되는 점도 큰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가 밴쿠버에서 지내면서 경험한 것들, 배운 것들을 더 많이 공유하려고 해요. 같은 환경이라도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보는 뷰도 달라 지니니까요. 저는 저의 관점으로 이야기해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밴쿠버 생활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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