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다시 한번 감사하기
저는 밴쿠버의 푸드테크기업 업밀스 UpMeals라는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건강한 음식을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24/7 어디서나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미션으로 자판기에서 샐러드, 비빔밥, 신선한 착즙주스 등을 사 먹을 수 있는 스마트벤딩 자판기 SmartVending machine를 메인 비즈니스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밴쿠버의 명문대-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SFU, 카필라노 대학 등의 캠퍼스는 물론 밴쿠버 국제공항에 총 다섯 대, 그리고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피스 아치 병원이라는 곳에 스마트벤딩 자판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마켓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꽤 충격적인 캐나다 병원의 시스템을 알게 되었습니다.
헬스케어가 무료인 대신 한국보다 낮은 퀄리티에 관해서는 많이 들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대기시간, 응급환자라도 응급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 등), 병원시설과 특히 음식옵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스마트벤딩 자판기를 설치한 피스 아치 병원 Peace Arch Hospital에는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옵션은 아예 없고 캐나다 도넛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팀 홀튼스의 익스프레스 카페가 자그맣게 입점해 있습니다. 커피와 도넛만 판매하죠. 그런데 이마저도 곧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저희 스마트벤딩 자판기를 설치한 곳에는 감자칩, 초콜릿, 청량음료를 판매하는 자판기 두대만이 있었고 그 외에는 아예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옵션이 전무합니다.
병원 안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었는데 판매하는 음식의 퀄리티가 너무 낮아 클레임이 많이 들어와 결국엔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요.
저희가 스마트벤딩 자판기를 설치하자마자 소식을 들은 몇몇 직원분들이 너무 고맙다며 인사를 해주시고, 바로 그 자리에서 샐러드를 구매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해외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 아마도 가장 많이 공감하시는 부분이 한국 의료시스템의 퀄리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일본, 싱가포르, 현재는 캐나다 밴쿠버 순으로 나름 선진국으로 알려진 곳에서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한국만큼 합리적인 의료비에 그 정도 퀄리티의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잘 없는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잠시 한국에 귀국해서 정기검진을 위해 대구의 동산병원에 들렀다가 병원 내부와 푸드코트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외국인 친구들이 백화점 푸드코트냐고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한국인에게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어떤 약, 치료보다 가장 먼저 와야 하는 기초라는 당연한 컨셉이 캐나다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건지, 제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 여하튼, 참 리서치를 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나다인인 저희 회사 CEO에게 한국에는 학교마다 전담 영양사나 팀이 있고, 한 달 치 메뉴를 미리 받아서 어떤 메뉴를 먹게 될지 미리 알고 하이라이트 표시를 해놓고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정말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고 하면서 우리 회사가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하더군요.
결론은 한국이 잘하는 게 참 많다는 걸 해외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낀다는 걸까요? ㅎㅎ
다들 건강하시고 혹시 캐나다 밴쿠버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일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브이로그로 봐주세요!
https://youtu.be/uUyx2 o2 cek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