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이제야 감 좀 잡은것 같습니다?
패자에게는 목표가 있지만 승자에게는 시스템이 있다는데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료를 받으며 프리랜서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햇수로 1년 3개월 정도 되었다. 요즘 코로나 사태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된 분들이 많아지면서 재택근무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이 기회에 조금 쉬어가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사실 평소에도 재택근무를 하던 프리랜서에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일상이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헬스장에 못 가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프리랜서의 삶은 한마디로 스스로가 보스도 돼야 하고 직원도 돼야 한다. (보통 이런걸 다중인격이라고 한다)
말 드럽게... 안 듣는 직원이지만 자르지도 못하고, 자꾸 너무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 보스가 야속하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자아를 바꿔가며 일을 하는 모습이 스스로도 웃프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를 암만 작성하면 뭐하나, 나라는 직원은 자꾸 집중력을 잃는다. 그렇게 목표와 현실의 갭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답답한 마음에 묘책을 찾기 위해 온갖 자기 계발과 시간관리에 관한 서적과 유튜브를 섭렵했지만 결국에 핵심은 자기 통제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뻔하지만 진리인 결론에 다다랐다.
"패자에게는 목표가 있지만 승자에게는 시스템이 있다."라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1년 차 정도가 되어서야 내 몸에 맞는 시스템을 찾은 것 같다. 그동안은 무리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보기도 하고, 시간을 30분 단위로 기록하기도 했지만 점점 시간에 관한 강박증이 심해졌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 해야 할 일을 중요도 순서로 정리해 하나씩 처리해나가되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심하게 나를 자책하는 습관은 조금씩 버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게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나의 일과는 이 시간표를 따르고 있다.
7:30 기상, 세수, 물 한 잔 마시기
30분 동안 SNPE 운동 + 명상음악 / 책명상 (유튜브: 북 메디, 책추남 채널을 주로 듣는다)
8:00 아침식사
9:00 삼식이 30분 산책 & 강제 트레이닝 당하기
9:30 업무 시작 (거실로 출근)
이메일 확인 + 원고 쓰기 (정기적 원고와 비정기적 원고가 있어 그때마다 다르다)
13:00 엄마와 점심식사
이어서 업무
15:00 원래는 1시간 30분 헬스, 30분 목욕이었지만 요즘은 공원으로 대체
18:00 가족 모두 모여 저녁 식사
휴식 + SNS 포스팅 + 라이트룸 튜토리얼/마케팅 강의 등 시청
스트레칭 + 밀리의 서재로 독서 한두 시간
24:00 취침
특별한 외출이 없는 이상은 대-부분의 날들이 이런 루틴이다.
업무는 되도록 3시 전까지 끝내려고 하고 저녁식사 후의 시간에는 블로그, 브런치 글,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정말 칼같이 나누고 싶지만(아이러니하게도 칼퇴가 어렵다) 중간중간에 인스타도 보고, 음악 들으려고 킨 유튜브에서 또 영상도 좀 보다 보면 늘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3시에 운동을 나가는 건 꼭 지키려고 하는 편.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앉아있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유명한 시간관리의 구루들이 추천하는 방법으로는 막연히 하루 두 시간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클래스가 있다고 생각하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것. 처음부터 캘린더에 스케줄을 넣어두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자.
혹시나 재택근무를 하며 자기 컨트롤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나의 경우는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위로의 말씀을 해드리고 싶다. 남에게 맞는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조바심을 내려놓고 하나씩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인생은 결국에 그게 뭐가 됐든 본인에게 맞는 게 중요하니까.
다들 즐거운 재택근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