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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y 03. 2020

그건 솔직한게 아니라 무례한거죠

암스테르담에서 지내던 시기에 찍었던 사진들을 둘러보다가 당시 저장해둔 이 일러스트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네덜란드에서 살거나 네덜란드 사람들을 겪어본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인 그들의 단도직입적인/솔직한 화법에 관한 건데요. 사실 본인들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사실을 말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쓸데없는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고 무례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자주 회자되는 거겠죠.

더치든 아니든 상관없고, 넌 솔직한 게 아니라 그냥 무례한거라곳 (철썩)

하지만 이건 네덜란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칭 "나는 사실을 말할 뿐이야. 솔직한 거지."라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은데요. 한국이 성형을 많이 하는 건 맞지만 굳이 여러 외국인들 앞에서 굳이 한국은 성형대국이라며?라는 이야기를 꺼내던 일본인 여성. 헤어스타일을 오랜만에 바꾸고 온 친구에게 굳이 그 전이 나았다며 솔직하게 이야기하던 사람. 29살 여성 앞에서 이제 꺾이는 나이라며 지금을 즐기라고 하던 아저씨.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굳이 당사자 앞에서 그 사람이 불쾌할 만한 이야기를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해 놓고 "내가 없는 말 했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해. 사실이잖아."라고 하는 태도인데요.

그럴 때면 다른 사람들은 솔직하지 않아서 당신처럼 필터 없이 그냥 아무 이야기나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하는 수만 가지 생각, 그걸 다 솔직하게 내뱉으며 산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유지가 될까요. (타인이 자신에게 '사실'- 한국에 성형관광을 오는 일본인들, 혹은 그러는 당신은 스타일을 바꿀 머리나 있는지, 아저씨는 더이상 꺾일 것도 없으신것 같은데- 을 이야기해주면 분명 노발대발할 사람들이죠)


내가 하는 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는 과정은 사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에요. 무례한 사람들은 그 과정 자체가 귀찮은 거예요. 혹은 그 결과를 알면서도 무시하는 거겠죠. 어떤 이유이든 자신이 타인을 상처 입혀놓고는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포장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에요.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지를 생각해본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실은 타인에게 굳이 듣지 않아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니까요. 어떤 말을 할 때 과연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상대방을 위해서인지, 혹은 상처 입히기 위해서인지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에는 솔직한 당신과 달리 할 말이 많아도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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