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let
싱가포르에는 단기간 프로젝트를 위해서, 혹은 주재원 근무를 위해서 – 제각기 다른 이유로 잠시 이곳을 거쳐가는 외국인들이 많다. 주말이면 누군가의 송별회, 환영회에 참석하는 것이 일상인 곳. 그래서 자연스럽게 싱가포르는 단기간 거주하는 이들을 위한 단기 렌트, 서비스 아파트, 셰어 하우스 문화가 발달했다.
렌트비가 비싼 이곳에서 오피스를 셰어 하는 코워킹 오피스에서 더 나아가 집을 셰어 하는 코 리빙 Co-living 또한 최근 눈에 띄는 트렌드. 다양한 회사에서 코 리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헴럿 Hmlet은 싱가포르에서 코 리빙 서비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싱가포르 대표 코 리빙 브랜드 헴럿 Hmlet
싱가포르에서는 유럽, 미국 등에서 모여드는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장을 개방해 좋은 회사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결국엔 자국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싱가포르는 창업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 또한 아시아의 투자자들을 만날 기회 또한 다양한 이곳에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하다. 헴럿 Hmlet을 공동 창업한 요안 카말스키 Yoan Kamalski 또한 그중의 한 명.
2016년 요안과 그의 파트너가 싱가포르에서 헴럿을 시작한 후 4년 후인 현재는 홍콩, 도쿄, 시드니로 진출해 엄청난 기세로 그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2020년 말까지 5,000개의 룸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함께 사는 것’이 또 하나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렌트비가 비싸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배경의 구성원들과 함께 살면서 생활 자체가 신선한 자극을 받는 공간이 된다. 헴럿은 몇 년 전만해도 싱가포르에서도 익숙하지 않았던 ‘코 리빙 co-living’이라는 콘셉트를 정착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작은 마을이라는 뜻의 단어 ‘hamlet’에서 착안한 이름처럼 하나의 작은 공동체, 커뮤니티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점이 멤버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이라고.
헴럿에 입주하는 이들은 ‘멤버’가 되며 새 멤버의 40% 가 기존 멤버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헴럿이 제공하는 아파트에는 멤버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루프톱, 라운지가 조성되어 있고 정기적인 소셜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낯선 도시로 이주해 혼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의 멤버들끼리는 더욱 쉽게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친해질 수 있게 된다. 이런 환경이 헴럿을 이용하는 멤버들이 만족하는 이유이다.
또 한 가지, 헴럿이 다른 코 리빙 서비스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디자인과 위치 선정에 기울이는 섬세한 노력이다. 헴럿이 운영 중인 아파트들은 멤버들의 대부분이 싱가포르에 중단기 기간 동안 머무르는 외국인임을 감안해 싱가포르의 매력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해있다. 다국적 기업의 오피스가 모여있는 비즈니스 중심지 CBD에서부터 싱가포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동네인 티옹 바루 Tiong Bahru까지 취향과 예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다.
아래는 헴럿의 독자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팀을 이끌고 있는 윌 린넬 Will Linnel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 내용 중 일부.
Q. 본인이 이끌고 있는 디자인 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A: 홍콩, 도쿄, 시드니 모두 디자인 관련해서는 싱가포르의 본사에서 컨트롤하고 있다.
팀은 주니어에서부터 시니어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양한 탤런트를 가진 멤버들을 주축으로 현지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함께 협력해 일을 진행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각 도시마다 현지의 상황을 파악하고 디자인에 필요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이런 업무 구조는 지역에 상관없이 일관된 헴럿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Q. 영국인 디자이너로서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각각 일해본 후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싱가포르의 디자인 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싱가포르로 이주하기 전 동남아시아를 여행한 경험이 있다. 좁은 골목, 낮은 건물들, 엄청난 트래픽 등 – 동남아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싱가포르에서도 보게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웃음) 싱가포르는 깨끗한 도로, 모던한 초고층 빌딩과 알록달록한 페라나칸식 건물(중국과 말레이 혼혈의 문화)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 부분이 흥미롭다.
내가 살던 런던은 싱가포르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좀 더 지저분하고, 또 오래된 도시이다. 하지만 그런 완벽하지 않은 요소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나에게는 실험정신과 다양한 표현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싱가포르는 ‘발견’의 즐거움보다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Q. 지금까지 진행한 헴럿의 프로젝트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A: 150 Cantonment Road의 프로젝트를 가장 좋아한다. 팀 멤버들과 함께 지금까지의 신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기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50년 전에는 초등학교로 사용되었다)을 모던하게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감회가 깊다.
Q. 다른 지역과 비교해 싱가포르의 디자인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A: 헴럿은 모든 프로젝트에서 일관된 디자인 톤을 느낄 수 있되 그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는 특히 로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페라나칸 하우스 등 전통 건축 요소를 모티프로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Onlewo의 쿠션이나 유니크한 핸드 스케치를 선보이는 MySquiggles의 그림을 디자인에 활용했다.
Q. 디자이너로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디자인 애호가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스폿이 있다면?
싱가포르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곳이다. 특히 레스토랑과 카페 등 F&B 공간은 새로운 디자인을 접하기에 최적이다. 2년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얼마 전 아이코닉한 래플스 호텔이 다시 문을 열었는데 모던하면서도 식민지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탄 분 리앗 빌딩 Tan Boon Liat Building을 추천한다. 다양한 홈 데코와 가구 매장이 가득하다.
단순한 렌트사업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헴럿 Hmlet의 성공에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추구해나가는 디자인 철학 또한 큰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점점 더 자유롭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헴럿이 제공하는 코 리빙 서비스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될 듯하다.
글 디자인 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협조 헴럿 Hm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