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휴미드 하우스 This Humid House
최근 들어 컴퓨터와 디지털에 집중된 현대인의 삶에 자연의 힘이 필요하단 것을 깨닫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플랜테리어는 식물의plant와 인테리어interior가 합쳐진 말로 식물을 활용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미적인 조화도 이루어내는 디자인의 한 방식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플랜트 디자인 세계를 선보이며 업계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건축가에서 플랜트 디자이너로
첫 번째로 소개할 디스 휴미드 하우스 This Humid House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유일무이한 플랜트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없던 온전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는 바로 건축가에서 플랜트 디자이너로 변신한 오너 존 림 John Lim. 꽤나 흥미로운 변신이다.
유년시절부터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건축가로 일하면서도 자연스레 건축과 조경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건축 자체보다도 식물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에 더욱더 마음이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플랜트 디자인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고.
디스 휴미드 하우스는 존 림John Lim이 이끄는 플랜트 디자인 스튜디오로 건축, 순수 예술, 조경 디자인, 원예학 등의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디자이너들로 구성되어 있다. 싱가포르의 기후와 지리, 복합적인 문화를 반영하는 꽃과 식물들을 활용해 그들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디스 휴미드 하우스의 모토.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강렬하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색상의 꽃들과 마치 정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 가끔은 도전적으로마저 느껴지는 과감한 모양과 크기의 식물들을 자유롭게 섞어 탄생한 디자인은 ‘작품’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듯하다.
디스 휴미드 하우스에서는 기존에 디자인된 하나의 상품의 형태로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웨딩이나 특별한 이벤트를 위한 맞춤 디자인을 의뢰할 수도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들과의 콜라보 작품들로,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이해한 다음 이야기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번 <그들이 사는 세상- 싱가포르의 멤버십 클럽 하우스 엿보기: https://blog.naver.com/designpress2016/221593095683> 기사에서 소개한 클럽 하우스인 스트레이츠 클랜 내에 숍이 위치해 있다. 스트레이츠 클랜 내의 플랜트 디자인은 물론 위스키 브랜드 맥켈란 Macallan, 뉴욕 타임스, 싱가포르 모던 아트 갤러리, 여성복 브랜드 Ong Shunmugam 등의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 작업이 대표적인 작품들. 실험정신이 있는 브랜드와의 작업을 언제나 환영한다는 존은 다음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로는 일본 패션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가 선보이는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인 꼼데 가르송을 꼽는다.
아래는 디스 휴미드 하우스의 대표 존 John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의 내용 중 일부이다.
Q. 건축가로서 일할 때와 플랜트 디자이너의 작업 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A: 좋은 질문이다. 두 작업에는 사실 공통점이 있는데, 디자인을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건물을 짓는 부지, 계획서, 건축 법규 등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랜트 디자이너로서 어떤 이벤트 장소에 작품을 설치해야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 장소와 클라이언트, 계획서, 규격 제한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업무 모두 ‘형태’와 ‘공간’과 관련이 있다는 게 아닐까. 나는 건축가였을 때도, 현재 플랜트 디자이너로서도 ‘형태’에 집착한다. 또한 두 직업 모두 끊임없이 공간을 읽어내고 고려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플랜트 디자이너는 살아있는 매체와 함께 작업을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명력을 잃는 식물의 특성상 신속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그 한계가 오히려 본능적인 감각을 더 발달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일을 하면서 직관이 더 예리해졌다.
Q. 플랜트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싱가포르의 장점은?
A: 싱가포르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 덕분에 항상 생활 속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다. 내가 자란 집에는 큰 정원이 있는데 스튜디오의 디자인을 정식으로 선보이기 전에 테스트를 해보는 일종의 실험실 역할도 하고 있다.
Q. 만약 한 가지 식물이나 꽃으로만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A: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단 하나만 고르는 것은 너무 어렵지만 범위를 좁혀본다면, 개인적으로 난초, 백합과의 꽃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 안에도 수천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이 종류를 선택할 것 같다.
Q. 플랜트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지만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A: 과감해져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실수와 실패에서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랜트 디자인도 마찬가지이다.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과 나에게 맞는 방법을 알아가게 된다.
글 디자인 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협조 디스 휴미드 하우스 / 대표 존 림 John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