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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에게 돈 받는 에이전시를 피해야 하는 이유

자매님 팁 #1

by 에리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쉬운 사람이 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

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직자는 취업을 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정보를 찾아다닌다. 그나마 국내 취업이라면 네이버에서 편하게 한글로 검색하고, 블로그 후기도 읽고, 취업카페에서 그 회사 면접족보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취업의 경우에는 한글로 된 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한정되어 있다. 이미 해외취업을 한 사람들이 열심히 블로그에 정보를 공유해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 영어나 그 나라의 언어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진짜 제대로 마음먹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실력에 플러스, 모자란 부분은 구글 번역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고 만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기회를 찾아내고, 결국엔 혼자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면접을 합격하고 궁극적으로는 취업에 성공한다. 사실 이건 정석 중의 정석,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보를 찾을 능력은 없고 해외취업은 하고 싶고, 그러니 돈만 내면 알아서 다 해준다고 하는 에이전시에 비용을 지불하고 인턴십이나 취업알선을 받고싶은 마음이 든다. 누군들 쉽고 빠르게 가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 거래는 처음부터 정보의 불균형에서 시작되는 거래라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현지 리쿠르팅 에이전시는 기업과 거래하는 B2B 비즈니스라 계속해서 거래를 이어나가야 회사가 돌아간다.

채용을 원하는 기업에 괜찮고 실력 있는 후보들을 보내고 마지막에 채용이 확정되어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 적재적소에 매치시키고 + 그 사람이 오래 일하는 것이야말로 리쿠르팅 에이전시가 바라는 일이다.


워낙 시장이 좁다 보니 그 에이전시는 참 괜찮게 일을 한다라는 평판을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에이전시에서 보내오는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영 별로야"라는 평판이 돌기 시작하면 끝이다. 채용 후 세 달 안에 지원자가 퇴사를 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반납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 곳도 있어서 계속해서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해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만두면 안 되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지원자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다.


반대로 구직자에게 돈을 받는 취업알선 에이전시는 단타성 거래다. 수수료를 받고 거래를 한번 성사시켜 출국시키고 나면 끝이다.

게다가 거래 상대는 아직은 세상 물정에 밝지 않고 열정에 불타오르는 대학생 혹은 갓 졸업한 학생,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들이다. 현지 정보에도, 심지어 영어도 잘 못하지만 해외로 나가고는 싶다는 마음을 이용한다. 절대적으로 에이전시가 유리한 관계이다. 물론 케바케, 에바에이겠지만 구조상 에이전시는 나쁜 마음을 먹으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호텔 인턴십으로 많이들 오는 싱가포르 © Unsplash


내 첫 룸메는 국내 취업 에이전시를 통해서 싱가포르 공항에 취업을 한 경우였다. 그 친구를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국내 에이전시의 행태(?)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그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에이전시에 3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공항에 취업을 했는데, 3교대 업무에 월급은 1,200-1300불(한국돈으로는 백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인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말레이시아 출신 직원들이 한국 직원들을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하고 은근하게 괴롭히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힘들다고 했다.


처음에 입국했을 때는 에이전시가 마련해준 작은 숙소에서 함께 입국한 동기들 6-7명이 지내야 했는데 화장실은 두 개밖에 없고 시설이 너무 열악해 이 친구는 자기가 용기를 내서 따로 숙소를 구해 독립한 경우였다. 다른 동기들은 불편하지만 그대로 참고 그 숙소에서 살면서 일을 했고, 과연 이 생활이 자신들이 상상하던 그 '해외 인턴십'이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에이전시를 통해서 취업이나 인턴십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전에 최대한 스스로 정보를 많이 찾아볼 것. 영어로 정보를 검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정도라면 사실 어째 어째 취업을 한다고 해도 실전에서 본인이 고생이다.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라고 생각하고, 내가 현지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스스로 상황 파악을 하고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최대한 노력해보자. 일단 무조건 '출국'하는 게 목표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우리 자매님들의 소중한 시간과 멘털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일단 해외에 나가겠다고 마음먹은 자매님이라면, 나는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취업이 워낙 인기 있는 주제이고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는 끼리끼리 모이다 보니 마치 주위 사람들도 다 나처럼 해외에 나가서 살고 싶고, 일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이 세상엔 많다. 외국은 여행으로 가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그 용기와 배짱이 있다면 거기에 확실한 행동력을 더해서 꿈을 현실로 만들자. 그래서 어디서 정보를 찾냐고? 다음 <자매님 팁> 편에서는 현지 구직사이트와 에이전시들을 모아서 소개할 예정이다.


우리 자매님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는 물고기를 대신 잡아서 구워서 호호 불고, 젓가락으로 샅샅이 뼈를 발라주는 일 대신에 어디 가면 고기가 많은지, 고기들이 어떤 미끼를 좋아하는지, 싱가포르 고기들은 한국 고기랑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려고 한다. 그리고 자매님들이 직접 낚시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내가 아는 한 알려주는 낚시터 아줌마 역할을 하고 싶다. 처음엔 피라미를 잡다가 나중엔 고래도 잡을 수 있도록. 이게 바로 진정한 시스터 러브 아닌가?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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