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청첩장 뚝딱 만들 줄 알았는데
작은 결혼식이라 청첩장을 주문하기 애매했다. 49명밖에 초대를 못하는데, 청첩장은 100명분인 30만 원부터 주문할 수 있었다. 어차피 코로나라 모여서 밥 사고 청첩장 뿌리기는 어렵다 생각했다. 모바일 청첩장을 찾아봤다. 보통 종이 청첩장을 하면 모바일 청첩장은 무료로 제공되는 식이라 모바일만 하기엔 아쉬웠다.
본업은 서버 개발자이지만, 회사에서도 어드민 툴 같은 건 혼자 뚝딱 만들어봤으니, 결혼식 모바일 청첩장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까짓것 가내 수공업을 해보자.
유명한 청첩장 사이트에 디자인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너무 밋밋해서 할 맛이 안 날 거 같아 핀터레스트를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만으로 며칠을 보내고 나니, 나란 완벽주의자에 지쳐 그냥 주문할걸 그랬나 생각이 들었다.
기왕 결심한 거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하루 날 잡고 작업을 했다. 엉망진창 쉽지 않았다. 알고 있는 화면 전환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가 유료화가 되어있어 진땀을 빼고, 지도 연동하려 보니 개발자 등록부터 꽤 많은 프로세스가 놓여있었다. 어느새 하루 만에 완성하자는 욕심은 내려놓고, 하루에 30분만 투자해보자로 마음을 바꿨다.
그래도 정성을 쏟은 만큼 나에게 특별한 청첩장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얼렁뚱땅 누가 정해준 대로 하는 결혼이 아닌, 느리지만 고민해보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결혼이었으면 좋겠다. 결과는 같을지라도 그저 나다운 결혼이 하고 싶어 오늘도 짬 내어 작업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