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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기자 Mar 30. 2018

어느날 문득 사무치게 외로울 때

  얼마전 대학 시절부터 의지했던 한 친구가 결혼식을 올렸다. 서른 중반을 넘긴 어느날,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기 너무나 어렵다. 아무래도 혼자 살아야할 것 같다"고 선언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기적처럼 연하남을 만나 결혼하던 날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텅빈 것처럼 휑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린 것은 너무나 축하할 일지만 순간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이 가슴속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특히 요즘같이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때는 무슨 감기처럼 외로움도 함께 짙어진다. 꼭 연애를 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연애를 할 때도 상대방과 나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기 어렵다고 느낄 때, 내 모든 것을 기꺼이 내주면서 사랑했던 그 남자가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느낄 때 문득 낯선 외로움과 마주한다. 돌아보면 남자친구와 이별한 날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펑펑 울었던 것도 그동안 사랑했다고 믿었던 감정에 대한 배신, 또다시 혼자가 된 이후의 외로움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일상 생활에서도 문득 문득 외로움이 엄습해올 때도 있다. 오랫동안 남모르게 짝사랑해왔고 '썸'이라도 타보려고 이리저리 물밑 작업을 하며 공을 들였던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여자친구를 소개를 해왔을 때, 수년간 친한 사이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가 정작 힘들때 외면하거나 이유도 모른채 연락이 끊어져 다시 연락하기 조차 어려워졌을 때 '세상에 나혼자 남았다'는 생각과 함께 외로움이 밀려든다. 때로는 가족도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늘 내편인 것 같았던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동생네 편에 서서 이야기할 때, 나에게만 은근히 희생을 바랄 때 외로움이 겨울철 외풍처럼 가슴 속을 파고든다.

 

 직장에서는 또 어떠한가. '직장은 동호회가 아니다'라는 말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속 터놓을 사람 하나 없을 때, 또 사내에 괜한 말이 나돌 것 같아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해야될 때 직장 생활을 답답하고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도 때때로 외로울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외로움이란 것은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이는 아무리 인기가 많고,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외로움은 타기 마련이다.

 

 때문에 외로움을 꼭 이겨내야 한다고 보기 보다는 적당히 관리하는 법이 필요하다. 특히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는 '고고녀'들은 우울증으로 빠지지 않도록 외로움과 적당히 잘 살아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기 위해 어떤 관계에 도피하고 의존하려고 하면 더 외로워지기 마련이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독신 남녀가 급증하는 이때, 외로움과 고독은 어쩌면 현대인의 필수 감정인지도 모른다. 특히 메신저나 SNS 등으로  디지털 소통이 늘어나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대면 소통이 줄어들면서 '디지털 고립'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외로움을 '왕따' 등의 표현으로 안 좋게 보는 시각이 종종 있다. 하지만 건강한 외로움은 자신을 제대로 발견하고 발전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혹자는 고독감을 '고독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 역시 '인간은 사회에서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영감을 받는 것은 오로지 고독 속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저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한다'라는 책에서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것이며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고독과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속에서 "'나 자신과의 대화인 성찰'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심리학적 구조가 같기 때문에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된다. 이것이 외로움의 역설"이라는 구절에 나도 모르게 붉은색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어딘가에 글을 쓸 때 그 순간만큼 당신은 혼자이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나 역시 일을 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 차디찬 노트북과 마주하고 있을 때 더없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또다른 쾌감을 느낄 때도 있다.

 
 최근엔 혼밥, 혼술, 혼영, 혼공 등 혼자 밥이나 술을 먹고 영화나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꼭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탓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만큼은 한술의 밥, 한잔의 술, 영화와 음악이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외로움 말고 혼자 사색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건강한 외로움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오히려 혼자 사색할 때 올곧게 바로 섰을 때 누군가와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주변에는 이제 '혼자놀기'의 달인이 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이 골몰할 무언가를 찾았다는 것이 좋아보이고, 때로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함이 든다.    

 

 하지만 외로움과 적당히 친구가 되는 방법을 익혔다면 이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때로는 상처를 수반하기는 하지만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과 교류는 당신의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 때문에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이 돈, 건강, 친구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자신이 힘들고 외로울 때 자신의 가장 밑바닥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질을 위해서도 분명 행복한 일이다. 물론 그런 관계는 일방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도록 손을 내밀 용기도 필요하다.

 

 봄. 혼자도 좋고, 누군가와도 함께 해도 좋은 계절이다. 스스로도 위축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자존감과 여유, 또한 누군가와 그런 감정을 나누는 넉넉함이 함께하는 계절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지금까지 스크롤을 내렸는데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면 이것만을 기억하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의 방을 한켠 가지고 산다고. 또 때로는 누군가 그 방에서 나올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기를 바란다고. 그것이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고.


 Q.사무치게 외로웠던 적이 있나요? 외로움을 이기는 '혼자놀기' 비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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