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하루에도 수십번, 마치 '의식'처럼 거행하는 일들이 있었다. 우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무슨 화제거리가 있는지를 체크한다. 그 다음에는 각종 SNS에 들어가고 주로 들어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들어가 요즘 이슈와 화제를 챙긴다. 어떨 때는 자신의 '중독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따분한 업무에 집중하기 전이나 심심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아무리 기를 쓰고 잠에 들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녀는 습관처럼 다른 사람의 SNS에 들어가곤 했다.
처음 SNS를 시작 할때는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다. 연락이 끊어졌던 지인들과도 온라인으로나마 상봉하게 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안부도 손쉽게 전달하게 됐다.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이라고 해도 남들의 일상을 몰래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은 연락을 하고 있지 않는 지인들의 일상도 마치 내 주변 일처럼 알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일도 너무나 속속들이 알게 될 때도 있다. 잠깐 스쳐갔던 누군가의 결혼식 소식, 관계가 소원해진 친구들의 일상 소식을 볼 때는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쓸쓸해지곤 한다.
가장 난감한 일은 헤어진 연인이나 잠시 썸을 탔던 상대의 SNS를 볼 때다. 이별과 동시에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은 그녀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일말의 궁금함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시나 또다른 연인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에 헤어진 그의 SNS를 '스캔'하다가 안심하기도 하고 어느날 떡하니 올라온 웨딩 사진에 좌절한 적도 있다. 디지털 사회는 때로는 몰라도 될 정보들을 무심한 척 센스없게 알려준다. TMI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그녀만의 일은 아니었다. 며칠 전 만난 친한 친구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나왔지만 손도 대지 않고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몇장 찍어줬지만. 친구는 너무 디테일한 포즈를 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름이 아니라 SNS에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 였다.
"최대한 행복하게 찍어줘.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고, 그런 놈 따위는 잊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카메라를 거둔 뒤의 그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SNS상의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실제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SNS를 보고 자극을 받을 때도 있다. 늘 화려하게 차려입고 좋은 자리에 초대돼 유명 인사들과 인맥을 과시하는 이들, 매사에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에 가득찬 글을 올리는 이들, 자신의 미모를 뽐내는 사진을 올리는 이들... 광고인지 실제인지 혼란스러운 명품 사진을 올리는 이들. 고된 1주일을 보내고, 주말 저녁 아무런 약속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 SNS를 열면 왠지 모르게 처량한 느낌을 넘어 소외감마저 든다.
뭐 하나 잘난 것 없는 잉여인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새삼 '내가 이토록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그렇게 아량이 너무 좁아서 되겠냐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럴 땐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차라리 심심하게 있는 편이 정신 건강에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그녀도 한때는 SNS 중독이 된 적이 있었다. 거기에 글과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마치 이 세상에서 내가 숨쉬고 있다는 흔적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한마디로 지인들에게 잊혀지는 게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 SNS에 올리기 위해 일부러 좋은 곳에 가기도 하고, 유명한 누군가를 만나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예쁘게 나온 사진을 건지려 수십번, 수백번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팝스타의 내한 공연에 가서 어젯 밤새 외워온 '떼창'을 부르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올린 글의 '좋아요' 숫자에 연연하기도 하고, 친한 사이인데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는 친구에게 은근히 섭섭함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는 그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없는 나'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SNS에는 명품을 두르고 좋은 곳에 가서 '핵인싸'임을 과시하는 이들은 많지만, 마음이 아프거나 우울하거나 힘든 상황의 글은 별로 본적이 없다. 마치 진짜가 아닌 가상의 인물들이 관계를 맞고 있는 듯한 가상의 디지털 사회에서 그녀는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해외 여행을 가도 SNS에 올릴 사진을 건지기 위해 위험천만한 사진을 찍거나, 친구와 만나도 대화는 한마디 하지 않고 각자의 셀카부터 찍기에 바쁜 이들. 모두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이를 모를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걸 아닐까. 누군가는 SNS를 '시간 낭비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지만, 그것을 즐기는 이들까지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자꾸만 자신을 다름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행위라면 중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비교는 소리 없이 나 자신을 좀먹는 행위니까. 조금은 심심하고 외롭더라도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그것이 그녀가 조용히 디지털 사회에서 로그아웃을 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