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기자 Nov 07. 2019

지금 혼자인 당신을 위한 멘탈 관리법

 아주 오랫만에 손때가 꼬질꼬질 묻은 대학 시절 수첩을 집어들었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을까?'

 

 마치 보물단지를 열듯 수첩을 한장한장 넘겨본다.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여전하고, 늘 소심하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로 끝을 맺는다. 아, 글씨체는 지금과 좀 달라진 것 같다.


 수첩 맨 뒤편 주소록을 열었다. 익숙하고 반가운 이름들이 가득하다. 그 당시는 꽤 친한 친구들이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는 많지 않다. 서랍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편지지. 아마 교회 모임에서 누군가 적어준 글귀였을테다. 내 특성을 잘 적어놓은 것을 보니 아마도 나를 잘 아는 이가 분명한데, 하지만 웬걸. 마지막에 쓰여진 이름을 보니 생소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헉, 조기 치매인가' 이런 두려움이 들면서 2~3년전에 자주 연락하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물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연락이 끊어진 이도 적지 않다.

 

 시간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남녀 관계든 친구 관계든, 시간은 가까웠던 사람을 멀어지게도 하고, 멀었던 사람을 가까워지게도 한다.  


 되돌아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연락하며 모든 일상을 공유하고, 솔직한 진심을 공유하던 친구는 지금은 연락하기 두렵게 멀어졌고, 회사에서 아주 비밀까지 공유하던 사람은 어느새 나와 반대편에 서 있기도 하다.

 

 반대로 전혀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누군가와 가까워져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고, 그를 통해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몇년간 문득 잊고 있던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서 끊어진 관계가 복원돼 인생 2막을 열기도 한다.

 

 한때 친구는 내 모든 세상이었고, 연인은 그보다 더 큰 존재였지만. 모든 인간 관계는 가변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사람에게 더이상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마음은 점점 딱딱해져간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분명해지는 한가지가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 유유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나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기적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나 스스로 서는 법을, 어떤 외부적인 공격으로부터 나의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는 법을 터득해야한다. 특히, 자의든 타의든 혼자 살고 있다면 무엇 보다도 자신의 멘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롭다고 누군가를 덜컥 만나거나 아무리 좋아도 급하게 맺어지는 관계는 늘 탈이 나게 나련이다. 또한 사람 관계라는 것이 내가 애쓴다고, 누군가 애쓴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냉소주의나 운명론적 접근은 아니다. 그저 시간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관계의 가변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나의 주변에 남아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 당신이 떠올리는 누군가도 어느 순간 당신을 떠나고 멀어질 수도 있다. 물론 또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울 수도 있다. 때문에 그냥 현재 매순간 당신이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준 사람들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자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기.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이다. 

 

 시간은 반드시 알려준다. 누가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누가 오래 갈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 또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때문에 조급해 하지 말자. 


 살다보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고,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나면 누군가에게 또 상처를 받을까봐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지켜가면서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면 상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사람 관계도 언제나 느긋하게. 그리고 나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주는 관계라면 과감하게 정리하자. 때론 적당한 외로움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내 자신의 보호자가 되기'. 어떤 경우에도 나를 지키기. 그러기 위해서 늘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그것에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그것이 바로 지금 혼자인 나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