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누군가는 이런 말을 건넨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상심할까봐 하는 말인지는 모른다.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일까. 하지만 이내 맞장구를 치고 만다. '맞아, 그래'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정말 나 혼자 살아도 되는 걸까.
너무 복잡해서, 때로는 생각하기 버거워서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언젠가는 결혼하겠지. 언젠가는 애를 낳겠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일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짜여진 시나리오대로만 가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착실히 ‘이수’해왔지만 결혼이라는 과목은 자의반, 타의반 이수하지 않았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미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됐다.
독한 말을 쏟아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자발적 미혼'이 아니냐고 비아냥댈테지만 대지만 굳이 나 자신을, 내가 선택한 순간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 역시 내가 걸어온 길이고, 내가 선택한 순간들이기에.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니까.
진짜 혼자 살게 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겁부터 났다. 세상의 편견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혼자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내가 그 정도로 똑부러지고 단단한 사람일까 의문도 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본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 돈, 명예, 친구, 건강? '나 혼자 산다'가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겠지. 조용히 내가 잘하는 것들과 내가 약한 것들을 생각해본다. 강점은 더 잘 살려서 주변과 나누면 될터이고, 약점을 보완할 방법도 생각 해본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아마도 멘탈 관리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의 경계 대상 1호는 바로 '외로움'이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외로워서' 누군가의 손을 덜컥 잡았다가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고 누구나 혼자 살게 될 수 있다. 주변에서 외로워서 결혼을 선택하게 됐다는 사람을 보지만, '둘이 있을 때의 외로움은 혼자일 때와는 또 다르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 외로움을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외로움과 친구가 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지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느냐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중요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마도 '나를 믿는 것'일 것이다. 혼자 살수록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외골수, 고집쟁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주위의 편견과 여러가지 시선에서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자존감과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신 선언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혼자 지내다가 누군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지금을 결핍과 상실의 시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나를 더 단단하게 채우는 시기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혼자 사는 삶이 부족하고 모자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도 있고 완벽하지 않다. 제주도 환상숲 곶자왈 어느 나무 앞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다. '돌 위에서 자란 억척스러운 나무들처럼 우리는 오늘도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세월에 흐름에 맡겨 보기로 했다. 무책임함이 아니다. 어느 순간에서건 인생의 파도에서 나 스스로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법을 터득해보기로 했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결혼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이니까. 오늘도 다짐을 해본다. 나 자신이 진짜로 행복해지는 그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 보기로. 나 자신을 위한 작지만 소중한 선택을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