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어. 복슬복슬한 귀여운 고양이.”
이렇게 말하면 친한 지인들은 대부분 말한다.
“안돼, 에린은!”
정기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그것도 3주 이상 자주 집을 비우는 사람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여행을 떠나지 않는 시기에도 집을 비우는 일이 잦거나, 집에 있다고 하더라도 랩탑 앞에 앉아 작업하는 일이 많은 나는 자격 박탈이라는 것. 자고로 고양이는 상큼하고 발랄하게 놀아줘야 마땅한 동물이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그럼, 대안이 있을까?’
앵무새, 햄스터, 고슴도치… 고슴도치는 예전에 키워본 적이 있긴 한데, 그 작은 동물도 손이 많이 사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도마뱀?
“아니, 누가 도마뱀을 키우겠어? 냉혈인이 아니고서야.”라고 말한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런가? 도마뱀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은데? 주기적으로 쓰다듬어줘야 할 것만 같다. 왠지 말을 걸어주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서로 통신이 오갈 때, 나만의 진정한 반려동물로서의 의미를 갖지 않을까?
고양이라면 좋겠지만, 과분한 꿈은 뒤로 미뤄두고 아이슬란드 고양이를 떠올려보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고양이를 사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얼마나 고양이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단다.
아이슬란드에는 아이슬란드만의 특별한 종(breed)의 양과 말이 있는데, 고양이 또한 그렇다. 870년 잉코울뷔르 아르트나선이 이끄는 노르드인들이 최초로 아이슬란드에 살기 시작한 때부터 아이슬란드 고양이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100% 아이슬란드 전통 고양이는 사라진 듯하다. 지금은 스웨덴, 페로제도, 셰틀랜드 제도를 뿌리로 둔 고양이를 아이슬란드 고양이로 보는데, 아무래도 타국에서 들어온 품종이 많은 레이캬비크 도심보다는 시골로 갈수록 아이슬란드 고양이를 마주치기 쉽다. 꼬리가 길고 복슬복슬하며 눈빛이 강렬하다면 빙고! 사냥을 좋아해서 실제로 쥐를 잘 잡기 때문에 농장에서 기르는 걸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노르웨이숲 고양이(이름도 어쩜!)는 특히 사랑받는 종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에는 심지어 고양이 리얼리티쇼(Keeping Up With the Kattarshians)를 TV에서 방영하기도 했었는데 약 2년간(2017-2019) 방영 뒤에 종료했다. Spottaði kött (Spotted a Cat)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누구나 올릴 수 있다. 회원 수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아이슬란드어를 만나보는 재미도 쏠쏠할 테니 여행 중에 마주친 고양이 사진을 찍어서 올려보면 어떨까!
여름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고다포스에서 약 15분 정도 들어간 농장에서 운영하는 숙소에 머문 날이었다. 주변엔 너른 들판뿐이라 밤늦은 시간 잠옷 입은 채로 나와 바라본 하늘색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배를 보이고 눕길래 한참을 쓰다듬어 주었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도망가기에 바빴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사람과 매우 친숙한 관계를 맺는다는 걸 가늠할 수 있었다. 여행 내내 고양이를 마주친 건 서너 번뿐이었지만, 그때마다 내게 다가와 주었으니까. 발목에 꼬리를 비비거나, 야옹거리며 주변을 맴돌거나, 가만히 앉아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녕?"하고 말을 걸면, '안녕!'이라고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 고양이는 조금 특별하다던데?"라며 호들갑을 떠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러니까 알았어. 사진 찍고 싶으면 찍으렴.'하고 도도하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어느 고양이들은 주인의 말을 경청한다고 한다. 눈빛이 우주 같다고도 한다. 아이슬란드는 특히 지구상 작은 우주 같은 나라니까, 고양이가 우주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현실이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아이슬란드어로 köttur이다. 하지만 문장 속에서 단어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kött, ketti, kattar라고 쓸 수도 있다. 새끼 고양이를 뜻하는 kitty는 kisa라고 말하며, 수고양이는 högni, 암고양이는 læða이다. 끝이 아니다. 고양이의 복수형은 kettir, ketti, köttum, kattar가 있다. 후.
그럼, 아이슬란드 고양이는 어떻게 울까? mjá- mjá 하고 운다. meow - meow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