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 그 말의 무게에 대하여

정의로운 판단 뒤에 남는 불편함과 영혼의 질문

by 묵산 김태형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 그 말의 무게에 대하여

― 정의로운 판단 뒤에 남는 불편함과 영혼의 질문






어떤 사람을 오래 지켜본 끝에,


나는 결국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자질도, 동료를 존중하는 태도도,


공동체를 함께 끌고 갈 책임감도 느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판단했다.


“그는 떠나야 한다.”


그 판단은 단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수개월, 어쩌면 수년 동안 쌓여온 구체적 경험과 관찰의 끝에 다다른 결론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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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는가.’




그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밀어내며 과연 어떤 자리에 서 있는 것인가.


나 역시 이 조직의 한 사람일 뿐이고,


누구보다 나약하고, 실수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당신은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말은 단순한 직무 평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계와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무게이기도 하다.


이 불편함은,


누구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예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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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고 싶었다.


그의 부재가 이 조직에 더 나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그러나 동시에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함으로써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말함으로써 나 자신이 그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누군가를 몰아내는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갈등은 간단하지 않았다.


그는 떠나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해도 되는가.


그 사이의 회색지대에 나는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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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어쩌면,


비슷한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향한 ‘판단’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판단을 말로 꺼내는 것이 두렵고,


또 그 말 뒤에 따를 일들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정의와 양심 사이에서,


조직의 건강과 인간적인 연민 사이에서,


무거운 결정을 앞에 두고 흔들리고 있다.


그런 당신에게,


니스르가닷타 마하라지의 말을 전하고 싶다.





“너는 그 판단도 아니고, 그 말도 아니며, 그 상황조차도 아니다.
너는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의식’ 그 자체다.”




이 말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로 문제는 그 사람인가?


아니면,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혼란은 아닌가?







“진실은 언제나 말 이전에 있다.
말하지 않아도 진실은 머물고,
말해도 진실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억누르지도 말고,


그 진실을 권력의 언어로 밀어붙이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말할 수 있다면 말하되,


그 말에 자신을 삼켜 넣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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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편함은


책임감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이다.


그 불편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판단이 타인을 향한 것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내면의 외침’임을 기억하자.


그 말을 꺼내야만 한다면,


조용히, 담담하게,


말 이전에 머물던 진실을 먼저 꺼내어 보자.


그리고 반드시,


그 말 이후의 삶을 준비하자.


그 이후의 책임과 구조,


그 말이 불러올 변화까지


하나하나 상상하고


준비된 마음으로 그 경계에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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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정의 이후의 고요는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를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함께 무너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먼저 말을 꺼내야 한다고 믿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은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다.
그 고통을 넘어설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 말의 자리에 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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