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야 할 질문, 멈추어야 할 순간

― 목적이 없다는 것에 대한 위로

by 묵산 김태형


물어야 할 질문, 멈추어야 할 순간


― 목적이 없다는 것에 대한 위로






오랜만에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10년 넘는 인연입니다.


인문학 모임 ‘공담론’에서 함께했고,


그 안에서 에세이 작품을 엮는 프로젝트 그룹 ‘에쿠살롱’의 멤버로도 활동했지요.


그는 며칠 전 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연락을 줬습니다.


예술인증명과 관련된 활동, 그리고 공모전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며요.


저는 흔쾌히 좋다고 했습니다.


반가움도 있었지만, 마음 한켠엔 오래전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거든요.


‘에쿠살롱’은 에세이를 함께 묶어 문학 공모전에 출품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단 한 번의 시도 이후 해체되어버렸고,


저는 그 끝맺음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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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대청마루’라는 식당에서 제가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식당 건너편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


일과 관계, 감정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본론이기도 한


예술인 등록과 활동, 공모전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지요.


그런데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가던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을까?’


그래서 저는 말을 살짝 멈추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에요?

그러니까, 목적이 뭔지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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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단순했지만


그의 눈빛은 잠시 멈췄습니다.


당황스러움과 머뭇거림이 엿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강의에서 늘 말하는 동생의 사고 이야기,


그로 인해 시작된 기도,


기도 속에서 심리학과 예술로 삶이 방향을 튼 이야기.


마하라지를 통해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까지.


그 이야기를 들은 그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진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레


그의 고민과 삶의 장면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인 등록 방법, 공모전의 방향,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지...


저는 그런 질문들에 성실히 답하면서도,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을


그와 함께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그는 이야기 내내 행복에 대해 말했지만


그 행복이 어떤 모양인지, 어떤 길을 통해 도달하려 하는지


끝내 명확히 결론 내리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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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저도 생각에 잠겼습니다.


“목적이 없다는 건 정말 나쁜 일일까?”

우리 삶은 ‘목표-계획-실행’이라는 구조 속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기에는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선명했던 방향마저 사라지는 듯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특히 마흔 즈음,


일과 가족, 사회적 역할 사이에서


문득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이 몰려올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이 질문들은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질문을 던졌다는 것 자체가


이미 ‘찾기’의 시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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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선명한 목적보다 조용한 방향성 하나를 붙잡고 살아갑니다.


위로를 전하는 글을 쓰고,


그림으로 마음을 나누며,


질문을 던지고,


묵묵히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주는 일.


그 길을 향해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멈추지도 않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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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당신이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허무함 속에 있다면,


그건 무엇을 잃은 게 아니라


삶이 다음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마세요.


당신 안에는 아직


움직이고자 하는 진심이 살아 있으니까요.


그 진심은 언젠가 다시


당신만의 방향을 가리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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