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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Apr 12. 2022

슬기로운 자가격리생활 7일간의 기록

간헐적 기침과 규칙적 피로감 사이 간절함

자가격리도 품격있게 하고 싶었지만, 아픈데 무슨 품격. 화장실 거울에서 마주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노숙자인 줄. 그렇게 여길 만큼 부스스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 널부러 있진 않았다. 마음을 지키려 애쓰는 만큼 건강을 위해 노력했다. '내가 나를 돌봐줘야 하니까.' 혼자 사는 사람의 기본자세!


[ 3일차 ] 기침과 목통증이 추가되다

1일차, 2일차는 약 먹고 계속 잠만 잤다. 그리고 드디어 삼일차. '삼일이나 됐으니 이제는 좋아지겠지?' 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침에 목 통증 때문에 깼다. 1일차와 2일차에는 없던 기침과 심한 목 통증이 추가된 것이다. 먼저 확진됐던 지인이 '칼로 목을 긋는 것처럼 아프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몹시 두려웠다.

병원에 전화를 하니 약을 새로 처방해 준다고 했다. 다행히 절친이 바쁜 시간을 내서 병원에 들려 약을 가져다줬다.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웠다.


어렸을 적엔 이웃이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그 시대의 정겨움을 증명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 생겨도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아니, 아프게 되면서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느꼈다.


[ 4일차 ] 최악의 컨디션. 얼굴에 머선 일이고?!

어제 저녁 무렵부터 기침과 목 통증이 줄면서 체력도 조금 회복됐다. 그래서 스트레칭도 하고 일기도 썼다. '내일이면 다 나아서 통증 없이 지낼 수 있겠지?'하는 기대로 기분 좋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들려고 눕자마자 기침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방심한 틈을 타서 습격하는 자객 같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허리 통증이 심했다, 일어나서 기침을 하고 다시 눕기를 반복해야 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지칠대로 지친 후에야 잠들 수 있었다.

잠을 설친 탓에 아침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기침과 목 통증이 반복됐다. 병원 약을 먹었지만, 오전 중에 타이레놀도 두 알을 먹어야 했다. 타이레놀 먹고 삼십 분 정도가 지나니 몸 컨디션이 어느 정도 버틸만했다. 타이레놀 덕분에 오후엔 급히 해결해야 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타이레놀 먹은 지 여덟 시간이 지난 뒤에도 몸 컨디션이 좋아서 '내일이면 다 나으려나!'하고 어제와 같은 기대로 설렜다.


그러나 오후에 또 하나의 증상이 추가됐다. 너무해!!! 건강이 회복된다는 기대로 부풀었던 마음도 잠시, 얼굴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코 주변으로 해서 얼굴이 붉게 홍조를 띈 것이다. '원인이 뭘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하고 이리저리 고민했지만, 내 몸이 아프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원인을 알 방법이 없다.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기대가 팽창한 순간에 등장한 얼굴 트러블은 퇴원하려고 짐을 싸고 있는데, 다시 입원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 같은 충격을 던졌다. 너무해... 침대에 걸터앉아 울어버렸다.


지금은 울음을 멈추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가 격리 체험기를 쓰고 있다.

눈물이 정화를 위한 마음의 몸짓이라면, 울음은 한숨이 큰덩어리가 돼서 마음을 짓누르는 것과 같으니까.

한숨보다 기도를 선택해야 아픔에서 나음으로 갈 수 있으니까.


[자가격리 5일차] 롤러코스터? 타는 멘탈

눈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왜? 얼굴에 일어난 발진이 가라앉았는지 확인하려고.

어떻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더 붉어졌다! 이럴 수가. 이건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얼굴에 붉은 세계지도가 생겼다. 세계지도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페와 기관지를 괴롭히는 것도 모라라 얼굴까지 건드리다니! 이건 반칙이잖아. 아침 일기를 쓰다가 울어버렸다. 일기장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뚝뚝 거칠게 흐르는 눈물 사이로 아픈 목을 뚫고 하소연도 튀어나왔다. 세 쪽의 일기를 쓰는 동안 속상함, 걱정, 자책, 원망이 줄이라도 서있는 듯 차례로 등장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걸려 넘어졌을 땐, 어떻게든 이겨내려 멘탈을 부여잡았는데, 통증이 사라지며 생긴 얼굴 발진은 멘탈을 탈탈 털어갔다. 다시 일어서 걸을만하니까 그걸 못 봐주겠다는 듯 어디선가 공이 날라와 뒤통수를 갈긴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세게 한 방 먹은 듯 마음이 얼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듯 인생도 앞을 향해 간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낙심하기보다는 내가 바꿀 수 있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날 위해 좋은 선택을 하자!! 감정도 습관이니까.

그래서 지금 내가 감사할 일을 찾아서 '감사목록'을 적었다.


[ 자가격리 6일차 ] 이런 게 사는 거지

드디어! 체력이 돌아왔다. 어제는 60% 회복, 오늘은 70% 회복. 고통 없이 아침에 눈을 떴다. 야호!

3월부터 심해진 어깨 통증과 체력 저하에 이어 확진까지 겪고 나니 일상의 우선순위가 바꼈다.

예전엔 글쓰기와 관련된 활동이 먼저였다. 그러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깨달음은 행동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어떤 행동으로 증명할까? 2022년의 우선순위는 운동과 건강식! 

몸이 건강해야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고,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지 않고 도울 수 있다. 그래서 체력이 돌아오자마자 운동했다. 3월부터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스트레칭했지만, 이제 근력을 키우기 위해 더 강도 있게 운동해야 한다.

좋은 습관이 추가되야 정상인으로 살 수 있는 세월이다.


과연 얼굴은? 오전까지도 붉은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으나 다행히 오후부터 대륙이 하나씩 사라지고 이제 미국과 남아메리카를 닮은 붉은 대륙만 남았다.

내일 아침 눈 뜨면 붉은 대륙은 사라지고 보름달처럼 환한 얼굴이 '굿모닝'하고 인사하겠지?


[ 자가격리 7일차 ] 간헐적 기침과 규칙적인 피로감 사이 어디쯤.

기침하다가 깼다. 언제쯤 여배우처럼 아침을 맞을까? 하긴 지금까지도 여배우답지는 않았지만  로망은 한결같다. 비록 기침에 지쳐서 깼지만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찬란한 아침이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12시 25분. 이제,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맞다. 자가격리 해제됐다. 



7일간의 의식주 변화를 기록하며 자가격리 체험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1.  차별 증상 변화

몸살 증상이 심했던 1,2일차. → 기침과 목통증이 추가됐던 3,4일차. → 모든 증상이 좋아지면서 얼굴에 발진이 생긴 5일차. → 얼굴 발진? 홍조 외에 모든 증상이 호전됐고 체력도 충전 70%인 6일차. → 그리고 오늘 드디어 자가격리 마지막 날은? 홍조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얼굴 곳곳에 피어있다. 그 외에 간헐적인 기침과 가래만 있을 뿐 목통증은 사라졌다. 체력은? 여전히 70% 충전상태.


2. 자가격리 중 추가로 약을 구하려면? ; 확진 후 처방받은 약을 3일 치. 그래서 3일차에 병원에 전화했다. 의사선생님이 친절하게 상담해 주시고 증상 변화에 따라 처방해 주셨다. 약을 가져다줄 가족이나 지인이 없을 땐 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3. 식사와 체력관리에 관하여 ; 3일차까지는 세 끼를 죽으로만 먹었다. 배부를 만큼 든든하게 먹었다. 여기서 잠깐. 냄새와 맛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런 증상이 없었다. 기운이 없어서 죽 외에는 먹을 자신이 없는 정도였다. 그런데 과자는 먹었네? 아마도 심리적인 보상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내 맘대로 추측해 본다. 아무튼 나는 세 끼를 잘 챙겼고 약도 잘 먹었다. 그 결과는 체중 증가!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아파도 식욕이 있어서 웃픈 나.


그래서 4일차부터 아침은 바나나 + 단백질 우유 + 삶은 달걀 / 점심과 저녁은 죽이나 국과 밥을 양을 줄여 2/3만 먹었다. 간식으로 먹던 과자는 STOP. 지인이 택배로 보내 준 오렌지를 먹었다. 저녁 7시 이후는 금식했다. 식사 조절과 함께  자세 교정 운동도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체력이 좋아졌을 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깨 통증과 피로감 그리고 코로나 확진에 시달린 고통이 운동 안 하던 나를 변화시켰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해야 해! 가 뇌에 타투처럼 입력됐나 보다. 아무튼 난 무리하지 않는 정도만 운동했다.


식사조절과 자세 교정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일상 복귀를 위한 준비를 했다. 확진과 자가격리는 위기지만,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태도가 기적을 불러올 거니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시니까. 통증에서 홍조까지 장애물이 높았지만 잘 통과했다.

슬기로운 자가격리 7일차 기록은 여기까지. 이제, 다시 일상 속으로. 세상 속으로.


*저의 기록이 '자가격리'를 막 시작한 분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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