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나니, 내 생각이 달라져버렸습니다. '야행성'으로 살아서는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
새벽에 초대됐습니다
"너, 잠자는 데 문제 있니?"
먼저, 잠과 나의 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익숙한 습관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추적이 시작됐죠. 항상 추적은 과거에서 시작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잠들기 싫어했고, 지금도 새벽 1시가 넘어야 잠을 청하는 원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아졌습니다. 증인이 나였으니까요.
8살 무렵에 책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밤 9시만 되면, 엄마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말이야'하시며 불을 끄셨습니다.강제집행이었습니다. 더 읽고 싶은데 못 읽고 강제로 어둠 속에 남겨진 나는 잠이 싫었습니다. 불 꺼진 방에서 한참을 각종 상상 속 괴물들에 시달리다가 힘들게 잠들어야 했습니다. 강제집행이 만든 참사였습니다.밤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잠은 불편한 어둠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 괴물들의 통로였습니다. 여기까지 추적해가니, 나와 잠의 관계는 불편한 동행이었습니다.
"잠과 오해 풀기"
잠과의 불편한 동행의 원인을 추리했으니, '야행성'이란 억지 고집은 그만두겠습니다.
잠과의 오해를 풀고 새로운 관계를 세워가야겠어요.
이제는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 괴물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내 안의 어린 나에게 설명해 주고 싶어요.
이 설명은 밤마다 계속돼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는 날마다 잠들기 싫어할 테니까요.
그때마다 '불을 끄고 좋은 상상을 해볼까? 좋은 상상이 부드러운 잠을 초대할 거야.' 다정하게 토닥여줄 거예요.
이제 밤을 짧게 보내고, 긴 아침을 맞는 '새벽형'인간으로 변신을 시작합니다.
"새벽에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아?"
새벽형 인간이 성공한다? 그 말은 호객행위처럼 들려올 뿐이었는데, '하고 싶은 일 찾기'가 안내한 새로운 삶의 키워드 [작가]라는 꿈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사진 촬영을 배울 때,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글쓰기 위해 사진이 필요해졌고 글쓰기가 삶의 중심축을 차지해버렸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지금도 신기합니다.
글을 쓰는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절대적인 '글 쓸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언제 글을 쓰지? 아무런 방해도, 일정 변동도 없는 시간이 언제일까?
글 쓸 시간 확보를 위해 고민하면서 새벽이 가장 최적의 시간인 걸 알게 됐습니다.
알게 된다고 해서 바로 삶에 적용할 순 없었죠. 습관 바꾸기가 정말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나의 잠 습관을 들여다봤고, 문제 있는 습관이라는 것과 문제의 원인도 찾아냈으니 이제 남은 건 실행뿐입니다.
'밤은 휴식이야 너를 위협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고 다독이면서, 새벽 알람을 맞춥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놀랬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
기도, 글쓰기, 책 읽기.
"내가 보낸 시간이 나를 만들어 간다."
잠과 새벽에 대해서 쓰면서 새벽이 더욱 긴 하루를 선물한다는 걸확인하게 됐습니다.
같은 24시간을 다르게 살아가는 삶이 더 특별한 삶을 이룰 수 있음을 지식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입니다.
새벽은 낙서가 안 된 스케치북입니다. 세상의 채널이 아닌, 순전한 나만의 채널로 열리는 마법의 시간. 나도 그 마법의 시간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 기대되죠? 두근두근 새벽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