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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Feb 20. 2021

새벽형 인간이 되기로 한 이유

갑자기 새벽이 나를 초대했다.


잠과 나의 관계



"다 같이 밤 10시에 자야 해?"

몇 시에 일어나나요? 난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납니다. 타고 난 '야행성'이라고 생각하며 한결같은 '늦게 잠들기'를 해 왔습니다.

'얼굴도 제각각인데,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다른 건 당연한 거잖아, 각자에게 맞게 살면 돼'라고 주장하며 밤을 길게 보냈습니다. 자정이 한참을 지나야 잠들며 살아왔습니다.



"사는 게 힘든데, 새벽에 일어나기까지 해야 해?"

 [새벽형 인간]이 유행으로 퍼져 나가며 '성공적인 삶의 기본기'캠페인을 하듯이 곳곳에서 '새벽 기상'을 유도했지만, 나와는 별개의 세상이었습니다. [성공]이란 단어와 연결될 만한 게 없는 삶이었으니까요.

'학원 업무, 육, 인간관계, 각종 청구서에 날짜 맞춰 입금하기' 이런 키워드가 내 삶의 중심축이 되어 살았습니다. 각 각의 키워드에 맞춰 살기도 바빴습니다.

그런데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기까지 하라고?

그건 과하게 책정된 세금 청구서 같았습니다.

잠에 대한 패턴을 바꿀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달라져야 해"

  어느 날 다른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가 아닌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삶의 중심축이 되어있는 걸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늦었지만, [나]를 되찾고 싶었습니다.

그날부터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무엇]이 나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찾게 된 건 '사진'인데, 사진을 잘 찍으면 혼자 여행을 다닐 때 더 즐거울 것 같았죠.

나를 위해 '카메라'를 사던 날 감격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고 싶은 ]이란 형용사가 삶의 중심축이 되기 시작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 찾기'는 나를 자연스럽게 꿈으로 안내했습니다.

삶의 키워드에 [꿈] , [목표]가 추가되니 [성공]이란 단어도 끼어들었고, 성공엔 '새벽형 인간'이란 캠페인이 옵션처럼 따라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나니, 내 생각이 달라져버렸습니다. '야행성'으로 살아서는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



새벽에 초대됐습니다



", 잠자는 데 문제 있니?"

먼저, 잠과 나의 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익숙한 습관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추적이 시작됐죠. 항상 추적은 과거에서 시작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잠들기 싫어했고, 지금도 새벽 1시가 넘어야 잠을 청하는 원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아졌습니다. 증인이 나였으니까요.

8살 무렵에 책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밤 9시만 되면, 엄마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말이야'하시며 불을 끄셨습니다. 강제집행이었습니다. 더 읽고 싶은데 못 읽고 강제로 어둠 속에 남겨진 나는 잠이 싫었습니다. 불 꺼진 방에서 한참을 각종 상상 속 괴물들에 시달리다가 힘들게 잠들어야 했습니다. 강제집행이 만든 참사였습니다. 밤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잠은 불편한 어둠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 괴물들의 통로였습니다. 여기까지 추적해가니, 나와 잠의 관계는 불편한 동행이었습니다.



"잠과 오해 풀기"

잠과의 불편한 동행의 원인을 추리했으니, '야행성'이란 억지 고집은 그만두겠습니다.

잠과의 오해를 풀고 새로운 관계를 세워가야겠어요.

이제는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 괴물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내 안의 어린 나에게 설명해 주고 싶어요.

이 설명은 밤마다 계속돼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는 날마다 잠들기 싫어할 테니까요.

그때마다 '불을 끄고 좋은 상상을 해볼까? 좋은 상상이 부드러운 잠을 초대할 거야.' 다정하게 토닥여줄 거예요.

이제 밤을 짧게 보내고, 긴 아침을 맞는 '새벽형'인간으로 변신을 시작합니다.    



"새벽에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아?"

새벽형 인간이 성공한다? 그 말은 호객행위처럼 들려올 뿐이었는데, '하고 싶은 일 찾기'가 안내한 새로운 삶의 키워드 [작가]라는 꿈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사진 촬영을 배울 때,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글쓰기 위해 사진이 필요해졌고 글쓰기가 삶의 중심축을 차지해버렸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지금도 신기합니다.

글을 쓰는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절대적인 '글 쓸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언제 글을 쓰지? 아무런 방해도, 일정 변동도 없는 시간이 언제일까?

글 쓸 시간 확보를 위해 고민하면서 새벽이 가장 최적의 시간인 걸 알게 됐습니다.


알게 된다고 해서 바로 삶에 적용할 순 없었죠. 습관 바꾸기가 정말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나의 잠 습관을 들여다봤고, 문제 있는 습관이라는 것과 문제의 원인도 찾아냈으니 이제 남은 건 실행뿐입니다.

'밤은 휴식이야 너를 위협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고 다독이면서, 새벽 알람을 맞춥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놀랬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

기도, 글쓰기, 책 읽기.


"내가 보낸 시간이 나를 만들어 간다."


잠과 새벽에 대해서 쓰면서 새벽이 더욱 긴 하루를 선물한다는 걸 확인하게 됐습니다.

같은 24시간을 다르게 살아가는 삶이 더 특별한 삶을 이룰 수 있음을 지식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입니다.


새벽은 낙서가 안 된 스케치북입니다.
세상의 채널이 아닌, 순전한 나만의 채널로 열리는 마법의 시간.
나도 그 마법의 시간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 기대되죠? 두근두근 새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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