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헬퍼로서의 궁극적인 성공에 대해서
오늘의 가이드
당신에게 성공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세상이 강요하는 성공이 아닌 당신 스스로 정의하는 성공에 대해 말해주세요.
역할, 직책, 직업, 전문성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당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인생 전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목적/한 단어가 이끄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
아이를 온전히 돌보는 일에만 하루를 온전히 집중하던 시기, 이런 저런 육아용품과 책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열게 된 인스타그램의 정사각형은 내가 살고싶은 완벽한 순간들이 있었다.
하얀 벽, 루이스 폴센의 조명이 있는 여백이 가득한 공간에서 스웨덴의 어디쯤에서 물 건너 왔을 지 모르는 교구들이 으리으리하게 켜켜이 정리된 곳에서 꼼지락 꼼지락 노는 아이. 무심코 마셨다는 모닝커피의 찻잔 브랜드가 에르메스이며 무심하게 툭 올려놓았을 것 같은 자동차 키는 포르쉐와 벤츠의 로고가 슬쩍.
누군지 알 지도 못하는 아이 엄마의 여유롭고 포근해 보이는 일상이 부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속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적어도 돈 걱정 만큼은 안하고 살 것 같은 모습에 당시 나에게 성공에 대한 기준은 자산의 크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런 삶을 마냥 흠모하지 않는다. 사각형 너머에 있는 삶의 무게가 저마다 있을 것이며 그것을 짊어지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치라고 해석하는 또 다른 여유가 생겼다.
내가 안일하게 살고 있을 동안 누군가는 본능을 절제하며 삶을 살았기 때문에 마땅히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부러울 건 절제력과 자기관리능력이지 좋아보이는 삶의 한장면은 더이상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성공으로 정의하는가?
월요일, 밤 9시에 잠들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다그치지 않는 삶,
1권만 더 1권 만 더 보채는 아이에게 웃으면서 오늘은 늦게 자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삶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내 하루는 더 촘촘했다. 시간이 갈수록 전문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스트레스가 커지고 나의 시간이 줄었다. 웃음을 잃었다. 9시가 넘었는데 잘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의 똘망 똘망한 눈빛에 빨리 자자고, 우리만의 즐거운 책읽는 시간이 잠을 청하기 전의 루틴하게 돌아가는 리추얼이 되어버렸다. 지금 보다 더 바빠지고 수입이 많아지지만 아이에게 1권의 책을 더 읽어줄 수 없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 아니다.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심과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가능한 삶의 모습이다. 미래의 어떤 순간을 도려냈을 때 그 순간은 완벽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다다르는 하루하루가 큰 불행의 연속이라면 그것은 성공한 삶일까?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질문이다.
나에게 궁극적으로 성공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 일주일에 10시간은 마음껏.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삶
- 일주일에 10시간은 마음껏. 제대로 글 쓸 수 있는 삶.
- 일주일에 10시간은 마음껏.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 가르치는 삶.
나이 70이 되어서도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일을 오늘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 배우는 할머니가 되는 삶
일주일에 서른 시간을 이렇게 쓰면서 살 수 있는 삶이 나에게는 성공한 삶이다. 부자의 기준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고 정의해 놓은 글을 보며 공감했다.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느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가 없다.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 이상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기꺼이 해야 한다.
지금은 내가 온전히 읽고 싶고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일을 위해서 읽고 일을 위해서 글을 쓴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서 가르친다. 하지만 이 시간을 지나면서 점점 내가 밥벌이와 상관없이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나의 키워드는 자립(自立)이다.
기러기부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면서 주변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이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겐 4명의 아내가 있다.
1) 달갑지 않지만 딸의 잘 삶을 바라는 부모님께서 육아와 각종 남편의 할 일들을 대신해 내어주시는 시간
2) 나의 생활이 하루라도 빠른 시간에 나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금융교육을 해주시는 분의 시간
3) 내가 너무 많은 삽질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많은 방법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친구의 시간
4) 마음이 불안하지 않도록 이따금씩 지속적으로 연락해주는 대학원 지인들의 시간
이 4명의 아내가 기꺼이 헌신하는 시간이 모여서 지금의 나로 살 수 있음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랑은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내어주는 시간에 책임감을 가진다. 나의 상황으로 인해 싱글맘과 싱글파파의 고단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경제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아내'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 동안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둔 많은 엄마, 아빠들이 있다. 돈으로 누군가의 시간을 사고 싶어도 혼자서 벌 수 있는 크기가 누군가의 시간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먹고살기에 딱 빠듯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2년 전의 내가 그랬다. 혼자가 되어보니 사람들이 내어주는 시간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일주일에 10시간 글을 읽고 쓰는 나만의 공간을 하루에 2-3시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의 자녀를 둔 싱글맘과 싱글 파파를 위해서 아이들이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 삶, 돌봄으로 인해 밥벌이를 포기하면 생활이 완전히 무너지는 사람들을 돕는 삶, 이 삶이 내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성공하는 삶이다.
다가오는 27일, 엄마들의 자립을 위해서 여성의 커리어와 셀프리더십에 대한 특강을 맡게 되었다.
결국에 자신을 세우건 우리 자신 뿐이다.
우리를 돕는 건 우리 자신 뿐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서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사람
"Self- Helper" (셀프-헬퍼)
70세가 된 라떼마마의 하루 상상.jpg
오후 2시,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가 나의 사무실에 온다. 허겁지겁 프렌치 토스트를 구워서 우유와 함께 버터향내가 날아가기 전에 아이에게 먹이며 오늘 있었던 학교생활에 대해서 듣는다. 부끄러워서 발표하기가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오늘은 자신감에 대한 책을 골라본다. 발표를 부끄러워 한다고 해서 자신감이 없는건 아니라고 아이를 다독여 본다. 아이와 함께한 많은 활동들 가운데에 콕콕 박혀있는 빛나는 아이의 순간을 찾아준다. 또 한 아이가 온다. 오늘은 짝궁보다 받아쓰기를 많이 틀려서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한글카드와 교구 그리고 노트를 꺼내어 함께 공부해본다. 지루할 즈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제안한다. 너도나도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또각 또각 한 아이의 엄마의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엄마의 반가운 품으로 달려간다. 이윽고 급하게 올라오는 남은 아이의 아빠의 허겁지겁 숨소리가 들린다. 덕분에 오늘도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모두들 돌아간다. 나의 하루도 이렇게 퇴근이다.
이토록 디테일한 상상을 하게 되니 마치 내가 꼭 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내가 자립하고 나의 도움으로 또 다른 사람의 자립을 돕는 삶이라면 내가 스스로에게 엄지를 충분히 치켜 세울 수 있는 성공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