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가 터질지 몰라서 사연을 쓰는 사람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모두 여러분들의 것이 아니니 걱정마세요. 누군가의 생각(잡음)과 여러분들의 생각(신호)을 선명하게 구별하는 안목이 나도모르게 생기시리라 믿어요.
-라떼마마-
며칠 뒤면 한달 자기발견이 끝난다. 오늘은 동료들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날이다.
우리 모두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모습과 닮아지기 위해 매일매일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듯이 스스로 묻고 답을 하기를 택했다는 점이다. 나와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생기는게 좋으면서 한편으로 나의 이야기를 한달씩이나 털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동시에 생겼다. 아니 어쩌면 나는 더 아무렇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중목욕탕에서 훌러덩 옷을 벗듯이 오히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대한 관심의 유무에 상관없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실천을 매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어떤 분들과는 적극적으로 소통을 했고 또 어떤 분들과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거리를 두기도 했다. 우연히 나와 닮은 생각들을 만나면 내가 유별나지 않음에 한없이 반가웠고 나처럼 심각한 걱정이 없는 삶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누가 제일 행복한지 순위를 매길 수 없지만 글만 보고 누가 제일 불행할 지 순위를 매긴다면 누가봐도 내가 1등일 것 같았다. 한 눈에 보아도 불행해 보이는 사람 이라는 이미지가 쾅쾅 찍힐 수 있는데 뭐하자고 나는 이런 짓을 하는걸까?
동료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왜 유독 글이 무거울까?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할까? 왜 내 글은 희망보다 절망이 많을까? 라고 처음으로 비교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만남에서 느껴지는 나는 유쾌하고 밝지만, 내 글을 통해 드러내는 나는 한없이 무겁고 어둡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끝도 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사연있는 사람은 그 어두운 느낌을 온몸으로 두르고 다닌다는 곽세라 작가님의 말씀처럼 2년전 있었던 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하고 지내는 건가? 싶었다.
조금 더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아마 행동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살았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지 않았을까? 여행을 갈 때 가방 크기를 보면 나는 항상 친구들 보다 가방이 컸다. 이것도 저것도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늘 여분의 짐을 챙겨다녔다. 애니어그램 6번의 불안함은 고스란이 글에서도 비교가 되었다.
간절하게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처럼 내 몸 구석구석 쌓여있는 불필요한 생각들을 한달동안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니 낯이 뜨겁고 부끄럽고 이 글들이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완벽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강사가 부족함에 대한 자기개시의 글이라니! 괜찮을까? 괜찮을까? 지금이라도 모든 글들을 블로그로 옮기고 나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돌릴까?
하지만 나는 정말 나아지고 싶었다. 살을 빼려면 체중계에 올라가서 정확하게 나의 몸의 성분이 어떤지 제대로 봐야 하듯이 나는 말과 행동의 씽크가 잘 맞도록 늘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바랬다. 완벽하기 때문에 " 여러분... 이런거에요.. 아셨죠?? " 가 아니라 진전했기 때문에 이런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들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 이야기는 무겁고 우울하지만 나는 이렇게 해서 생각비만을 점점 벗어나고 있다.
" 체중은 감량하지 못했지만 생각비만은 꽤 좋아졌어요. "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말로 풀어내지 못하면,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든
당신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곽세라-
내가 정확하게 글을 쓴 시점도 아마 머리속에 터져버릴 것 같은 생각과 마음 난리로 너무너무 뚠뚠이가 되어서 옷의 뒷지퍼가 다 터지기 일보직전이라 스스로 지퍼를 끌어내리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잠시 여행op로 일을 하면서 크루즈 여행에 대한 인솔자의 후기를 담은 브런치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쓰는 삶"을 살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 내가 작정하고 글을쓰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글을 쓴다. 매우 공 들여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나는 매일 나를 돕고 있다. 내가 1년 전 보다 더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고 1년 뒤엔 또 지금보다 불행의 분량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정성껏 글을 쓰면서 나라는 사람을 돕는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면 애정이 생긴다. 내가 나를 열심히 돕다보니 내가 나에게 애정이 생겼다. 이 친구를 그냥 두면 안되겠다고.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공유한 연인에게 책임감을 느껴 결혼을 하는 사람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할까? 나는 나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딸 아이에 대한 책임감으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 동안 공을 들여 나에 대해서 쓰고나니 이 친구(나)의 삶이 엉망이 되도록 그냥 두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글을 쓰는 마음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처음에는 내가 씨앗을 뿌린지도 몰랐는데 내가 나를 열심히 응원하는 꼴이 되고나니 이제야 내가 씨를 뿌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덕분에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실이 현상이며 현상의 원인인 문제가 어디 쯤 있는지 맥을 짚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과 기획을 혼돈하며 기획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계획할 일에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거창하게 기획을 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글을 쓰면서 바라보게 되었다.
기획의 신 임영균 작가의 책을 참고로 나의 현상과 문제 그리고 계획할 일과 기획할 일들에 대해서 재점검 하는 일이 필요함을 느낀 일이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다 .
지금 내 앞에 있는 일이 도저히 감당이 안될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한 분들이 있다면 나를 도울 사람이 유일하게 나라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보길 바래요. 세상에는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후련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반면에 그 중에 여러분의 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꼭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그땐 정~~말 오랜만에 '살 맛' 이 나기도 했어요.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모두 여러분들의 것이 아니니 걱정마세요. 누군가의 생각(잡음)과 여러분들의 생각(신호)을 선명하게 구별하는 안목이 나도모르게 생기시리라 믿어요. 저는 그것을 찾을 때 까지 계속 글을 쓸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