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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Feb 16. 2020

애지욕기생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4월 이야기>

커버사진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IPTV 무료 영화에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한 편이 보였다. 제목은 <4월 이야기>였다. 벚꽃 이야기 같기도 하고 지금의 계절 감각과 맞지 않을 것 같아 SKIP을 하였다. 다른 영화 목록을 훑어보다 잠시 리모컨 검색을 멈췄다. 그래도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라면 뭔가 잔잔한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결국  <4월 이야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홋카이도 여고생이 in도쿄의 대학에 진학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벚꽃 배경은 아니었고 주로 신입 여대생의 일상이 진부한 스토리로 펼쳐졌다. 반전을 기대하며 지루함을 참고 시청을 하는데 문득 러닝타임이 궁금했다. 67분이었다. 남은 시간은 10여 분.


  아니, 뭐야 이 영화! 라는 불만을 쏟을 찰나 여주인공이 짝사랑해 왔던 야마자키 선배와 처음 대화를 건넨다. 벚꽃 배경이 아닌 봄비가 내리는 빨간 우산 속으로 짧은 대화와 영상이 오간다. 이제야 녹아드는 두 청춘의 필에 감정 이입이 막 되려는 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아쉬움과 함께 떠올랐던 문장 하나.   


사진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愛之欲其生(애지욕기생).


  논어 <안연> 편에 나온다는 사랑에 관한 문장이다. 직역은 ‘아끼고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라고 하는데, 내식으로 의역을 하면 ‘사랑은 서로의 삶에 희망을 준다’ 라고 하겠다.


  하상욱 시 중에 이런 시가 있다.   

힘을 낸다.
사랑할 때.

힘이 난다.
사랑받을 때.  

  빙고!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 사랑이나 힘이 나는 것은 아니다. 아픈 사랑은 오히려 힘이 빠지니 말이다. 사랑 대신 활력으로 힘을 대체해 본다.   


  독일의 물리학자 라이프니츠가 있었다. 그는 뉴턴과 미적분 연구에 대해 오랜 논쟁을 벌였다. 미적분 연구를 서로 표절했느니 안 했느니 서로를 디스 하며 학파끼리도 100년 넘게 지루한 싸움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라이프니츠에게 애착이 있다. 그는 우리에게 ‘활력’이라는 용어를 창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질량과 속도의 운동 관계를 활력(vis viva, 活力)으로 정의했다. ‘활력’이라는 물리학 용어가 일상에 깊이 파고들 때 우리는 살맛 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돈에 활력을 느끼는 사람. 여행에 활력을 느끼는 사람. 연구에 활력을 느끼는 사람. 사랑에 활력을 느끼는 사람 등등. 여기서 뭐니 뭐니 해도 사랑에서 느끼는 활력이 가장 즐거운 활력이 아닐까 한다.

  예술가들의 활력은 뮤즈였다. 그들에게는 창작의 화수분이었던 뮤즈의 불가사의한 힘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부러워한다. 그런데 예술가들에게만 뮤즈가 필요한 걸까?  


  오늘도 활력을 찾아 생명의 고동에 귀 기울여 본다. 활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까. 물과 행복은 self라고 하던데, 아...활력 또한 self라고 하겠지.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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