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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an 19. 2022

휴일 아침에 감상하는 음악 추억

일요일 다음 날이 왜 월요일인가라는 유치한 억울함이 있다. 휴일에 일찍 잠이 깨는 억울함도 이에 못지않다. 샤워를 마치고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보니 시나브로 충만함이 찾아든다. 조용히 독서할 요량으로 책장을 훑는다. 언젠가 표지 제본이 마음에 들어 사다 놓은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이 눈에 띈다.


음악을 켠다.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스승이자 슈만의 아내였던 클라라를 흠모했던 브람스의 마음이 녹아든 음악이다. 에르노의 자전적인 사랑 이야기와 분위기가 어울릴 것 같다. 뜨거운 김이 이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첫 장을 넘긴다. 앗, 그런데 첫 문장부터 자극적이다.


‘올여름에 나는 처음으로 TV에서 포르노를 보았다.’ 


에르노의 작품은 개인의 연애사를 사실적이며 격정적으로 표현하는 여성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했던 임경선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른 아침부터 너무 하드코어적인 소설인가 싶어 다른 책을 읽을까 했지만 단편소설에 가까운 짧은 분량이라서 그냥 읽기로 한다. 대신 브람스의 음악은 끈다. 아무래도 에르노 소설 분위기는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와 클라라의 이미지와 맞지 않을 것 같았기에 말이다. 차라리 <빙하의 모나코>가 소설 분위기에 어울릴 듯하다. 잠시 읽기를 멈추고 유튜브를 검색한다. 젊은 날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음악인데 오랜만에 들어 본다.


‘작년 9월 이후로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에르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문장이다. 제목과는 다르게 단순한 열정이 아닌 혼신의 열정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단순한 열정>은 에르노가 경험했던 한때의 사랑을 플라토닉 사랑처럼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서 다시 <빙하의 모나코>를 감상한다.


아이슬란드의 설경

장 프랑소아 모리스의 <빙하의 모나코>를 처음 들었던 곳은 어느 나이트클럽에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아버지를 여읜 해였는데 시골의 깡주먹 모래시계 친구와 함께였다.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그룹사운드의 경쾌한 전자음이 나의 마음을 울렁이게 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불량 학생의 탈선처럼 느껴져 속마음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경쾌한 Bad case of loving you가 연주되어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친구의 막춤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서툰 맥주를 마시며 불안의 마음이 사라질 즈음 <빙하의 모나코>가 경음악으로 잔잔히 연주되었다. 원곡처럼 내레이션은 없었지만 LIVE연주로 처음 들었던 그때의 황홀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빙하의 모나코>를 들으면 영화배우이자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떠오른다. 그리고

J.F 케네디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과 마릴린 먼로를 생각한다.  


그레이스 켈리는 지적인 우아함이고, 재클린은 욕망이 강한 명성심이고, 먼로는 자유분방의 섹시함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어느 이미지가 이상적이고 현실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아함에는 질투의 안티가 따르고, 욕망에는 비난의 안티가 따르고, 섹시함에는 정서적 안티가 따른다. 그래도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의 선택은 페르소나적인 불편한 진실은 있지만 우아함이라고 하겠다.


화려함과 우아함의 차이는 무엇일까? 교양을 지닌 품행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력이 높고 지식 정보가 많다고 모두가 교양인은 아닐 것이다. 여자의 우아함과 남자의 의연함. 모두가 선망하는 타입이지만 세상사 모두가 우아함과 의연함을 지닐 수만도 없다. 이것 또한 나의 자기합리화다.


나로서는 차선책으로, 타고난 '장난기'로 그저 주위 사람을 편~하게 웃겨주는 노력이나 해야겠다. 이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도 싶고.


문득 또 오랜만에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

"You light up my life" 이다.


https://youtu.be/xJdIJB14cRY


데비 분이 불러 유명하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나는 리앤 라임즈가 부른 곡이 더 마음에 든다.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리앤 라임즈의 낭랑하고 풍부한 성량의 멜로디가 사랑을 싣고 내 가슴으로 밀려오는 듯하기 때문이다.


휴일의 오전은 이렇게 지나고 있다.


아제베의 음악이야기는[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음악이야기 Archives - 딜레탕트 오디세이음악이야기 관련 클래식과 가요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ajeb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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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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