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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l 30. 2022

결정장애 3대 고민

어느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유쾌히 웃었던 적이 있다. 식당에서 결정장애를 일으키는 세계 3대 고민이 무엇이냐는 퀴즈였는데, 정답은 다음과 같았다.

    

(1) 짜장면 vs 짬뽕

(2) 물냉면 vs 비빔냉면

(3) 탕수육의 찍먹 vs 부먹    

 

식당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결정 장애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 것이었는데, 나의 경우라면 단 1초의 고민도 되지 않는다. (1) 짜장면 (2) 물냉면 (3) 찍먹이다. 매운 음식을 기피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평소 매운 음식을 가리다 보니 반찬을 적게 먹게 되고, 숟가락보다는 젓가락 사용을 많이 하기에 부먹보다는 찍먹이 습관화되었다. 결코 바람직한 음식 습관은 아닌 것이다.         


매운 음식을 가리긴 해도 매운맛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손수건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기피할 따름이다. 비록 밖에서는 매운 음식을 가려도 집에서는 샤워할 요량으로 마음껏 땀을 흘리며 먹는다. 매운 음식 이야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콧등에는 어느새 땀이 배어나 있다.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미각 다한증인데 ‘오싫모’ 회원들과 비슷한 불편을 안고 산다.      


<매운 음식으로 인해 오해 받았던 때>

https://brunch.co.kr/@erre-kim/37


한때 돈 없이는 살아도 약솜과 손수건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생활의 불편을 안고 살았다. 중이염 후유증으로 흐르는 염증 때문에 약솜으로 귀를 막고 지내야 했으며, 식사 때 흐르는 땀 때문에 항시 손수건을 들고 식사를 해야 했다. 이 두 가지 핸디캡은 사회생활에서 나의 고민거리였다.


거래처 담당들과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운탕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나 여성들과 쫄면이나 매운 라면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무척 곤혹스러웠다. 땀을 흘리며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좋기는 하지만, 나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왼쪽 귀를 약솜으로 막고 살아야 했을 때에는 메모를 해야 하는 거래처 전화 통화가 힘들었다. 오른손잡이인 나로서는 오른손으로 볼펜을 잡고, 왼손으로 수화기를 들어 오른쪽 귀로 크로스해서 통화를 해야 했기에 발생하는 불편이었다. 승용차 조수석에 앉았을 때 운전자의 대화를 약솜으로 막아 놓은 왼쪽 귀로 들어야 하는 불편도 애로사항이었다.            


이런 두 가지 고민이 잠시 해결된 때가 있었다. 일본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였다. 일본의 자동차 핸들은 우리나라와 반대였기에 약솜이 없는 우측 귀로 운전사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또한 일본 음식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풋고추는 있지만 매운 빨간 고추는 먹지 않는다. 당연히 흥건히 땀에 젖을 손수건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두 번의 중이염 수술을 거쳐 완쾌가 되었기에 이제는 약솜이 필요 없게 되었지만, 고춧가루가 조금이라도 들어 간 음식을 먹으면 땀을 흘리는 미각 다한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튜브의 결정장애 고민을 유머러스하게 듣고서 생각한 게 있다. 식당에서 겪게 되는 음식 결정 장애의 고민 아닌 고민을 그동안 나는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다. 나의 핸디캡이 일반인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결정 장애를 나도 모르게 극복하게 되었다는 상황이 웃프기만 하다. 세상은 이렇듯 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만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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