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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Mar 17. 2023

혼놀의 평온함 - 골프

통계적으로 2만 불 시대가 되면 골프를 시작하고, 4만 불 시대가 되면 요트를 시작한다. 3만 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골프는 진정 대중적인 운동인가? 


주말골퍼까지는 대중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이 주 2회 이상 필드에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골프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 비용, 동반자가 있어야 하고, 주 2회 이상의 필드비와 간접비까지 생각하면 결코 대중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운동에는  멘탈이 중요하다. 그중 골프에서 유독 멘탈을 강조한다. 골프는 언뜻 우아한 운동 같아 보이지만 심리적 요소가 짙게 깔린 운동이다. 기량 외에도 극복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이는 동반자인 상대방의 실수를 은근히 즐기는 샤덴프로이데가 느껴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배우니 人生이 즐거워지더라.


10여 년 전쯤, 죽마고우의 이 대화 한 마디에 골프에 관심을 가졌다. 그날 밤 조용히 서점에 가서 골프 교본을 샀다. 기초이론과 골프 룰을 익힌 후, 매주 주말이면 새벽 4시 PGA 생중계를 보았다. 지구상에서 골프를 제일 잘 친다는 그들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최경주, 양용은 프로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던 시기였다. 얼마 후 레슨프로를 찾았다. 


나는 선수급으로 잘하는 운동은 없지만 여러 운동을 즐기는 편이다. 기본적인 운동신경은 갖고 있다. 골프도 금사빠의 분위기로 기본 스윙만 익힌 채 속성으로 필드를 밟으며 머리를 올렸다. 하지만 금사빠의 약점이랄까 싫증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3년 만에 하산을 하고 말았다.      


넓지만 얕은 지식 정도의 기량으로는 기본 이상의 업그레이드가 힘들었다. 더욱이 골프는 연습 시간을 포함, 필드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갔다. 하산의 결정적 이유였다. 골프는 이제 시간에 구애되지 않는 완전 은퇴 후의 운동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래도 골프는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운동이었기에 말이다. 




요즘은 필드보다는 가끔 인도어 골프장에서 연습을 한다. 경직된 근육을 푸는 정도의 운동량이다. 혼자 하는 운동이기에 아이언보다는 주로 드라이버 스윙을 많이 한다. 필드가 아니기에  OB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휘두른다. 동반자가 없기에 샤덴프로이데의 느낌도 없다. 나 혼자만의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 단골 호프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거품 가득 시원~한 생맥주에 치킨을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혼놀, 혼술의 즐거움이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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