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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Mar 24. 2023

혼놀의 평온함 - 시골집

시골집 재택근무를 늘리기 위해 야외형 원목 테이블을 주문했다. 흔들리는 플라스틱 비치 테이블에서는 마우스 작동이 원활치가 않아서였다. 마당까지 배달하는데 일주일이 걸린다더니 이틀 만에 도착한다는 문자가 왔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서둘러 시골집에 온 이유다.      


새벽녘 빗소리에 잠이 깼다. 기분 좋은 시골의 서정이라서 한참을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마당을 보고 마루에 선 채 심호흡을 하는데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뜨거운 커피를 내리니 아침 라디오 음악에 실려 커피 향이 흐른다.      


우산을 쓰고 마당으로 나간다. 뺨을 스치는 봄비가 촉촉하게 몸과 마음을 적신다. 지난달 시골 누나가 텃밭에 심은 철쭉과 석류 그리고 사과나무도 싱그러운 빗방울을 흠뻑 머금고 있다. 한쪽 마당엔 쪽파와 부추가 눈에 띄게 자랐다. 쪽파를 수확한 자리에는 상추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상 아래 먹이통에는 아직 길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데 밥보다는 빗소리를 감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루에 걸터앉아 詩人 서정주의 시를 음미해 본다. 아직 봄이 깊지 않아 초록초록한 맛은 없지만 비 사이로 마음 서둘러 신록을 맞이한다. 신라 가시내의 숨결이라고 했던 포근한 신록을 말이다.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시골집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냇가도 없고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는 정취도 없다. 척박한 토양이어서인지 생업으로 농사를 지은 사람도 많지 않다. 여느 농촌처럼 나이 드신 어른들만이 자식에게 제공할 소일거리로 소작을 한다. 머릿속으로만 복숭아꽃 살구꽃의 동심이 흐를 뿐이다.      


시골집에 오면 침묵을 느낀다. 시나브로 피정모드가 되는 것이다. 아직은 이 침묵이 나는 좋다. 혼놀의 침묵이다. 오후엔 시골누나가 쑥전에 막걸리를 하자고 한다. 콜!!! 기분 좋은 봄비 속의 주말 이브이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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