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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l 04. 2023

혼놀의 평온함 - DIY

DO-IT YOURSELF 약자인 DIY를 좋아한다. 특히 가정용품을 만드는 목공을 좋아한다.      

시골집에 머무를 때, 즐거운 소일거리 중의 하나가 망치와 톱을 들고 무언가를 만들 때이다. 작업을 할 때는 옆에서 도와주는 것을 사양한 채 혼자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나 홀로 몰입하는 온전히 나의 놀이이기 때문이다. 목장갑도 끼지 않는다. 손끝에 닿는 연장과 재료의 감촉을 세밀하게 감지하기 위해서이다.      

전동드릴로 나사못을 박을 때가 가장 즐겁다. 드릴이 회전하면서 나는 경쾌한 소리와 손에 전달되는 느낌이 좋다. 굉음과 반작용의 힘을 억누른다는 일종의 승자 기분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다이소에 자주 가는 편이다. 못과 피스 및 여러 장석들을 사기 위해서인데, 푸드마켓에 가는 것보다 더 즐겁다. 내가 만드는 것은 상품이나 선물용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기에 고급재료는 필요가 없다. 디자인이나 품질보다 기능에 방점을 두기에 다이소의 물품들은 가성비 좋은 재료가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첫 번째 재난지원금을 받았을 때였다. 재난지원금으로 싱크대를 바꾸자는 아내의 제안이 있었다. 며칠 후 설치 기사들은 새로운 싱크대를 가지고 왔다. 그들은 최신 연장들을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 나의 눈에는 무척 신기한 게 보였다. 수직, 수평을 잡는 적외선 레이저 레벨기였다. 선명한 녹색선이 열십자 모양으로 설치 벽면에 영화처럼 투영되지 않는가. 예전 같으면 수평기를 부착면에 일일이 대면서 작업을 했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그 순간 아버지 생각이 났었다.      


적외선 레이저 레벨기


아버지는 시골에서 집 짓는 사업을 했는데 주종목은 목공이었다. 당시의 목공들은 톱질과 대패질 그리고 마지막 사포질까지 모든 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하였다. 100% 핸드메이드였기에 무척 힘이 드는 공정이었다. 이런 공정들이 지금은 최신 전기 공도구로 수월하게 자르고 다듬는다. 재료도 다양하고 재질이 좋아서 고급스럽게 마감된다. 한 마디로 때깔도 좋다.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설 때, 인테리어 기술자들의 작업공정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다. 내가 유심히 보는 것은 인테리어 디자인 보다도 목공들의 최신 연장들이다. 그들이 손쉽게 사용하는 다기능 연장을 볼 때마다 땀에 젖어 톱질과 대패질을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도 저런 연장이 있었다면 아버지도 힘이 덜 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가슴이 아릿해 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법정 스님은 여러 개의 나무의자를 직접 만들었다. 나도 송광사 불일암에서 그중 한 가지를 본 적이 있다. TV에 자주 나오는 의자가 아닌 팔걸이가 있는 의자를 보았을 때다. 휘둥그레진 나의 눈은 디테일에 탄복하여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껍질이 있는 나뭇가지로 만들었기에 투박하긴 했지만 팔걸이의 기능을 만들었다는 게 의외였다. 전생에 목수였을 것이라고 했던 스님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솜씨였다.     


나에게도 아버지의 유전자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학창 시절에 공작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의 톱과 대패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었다. 톱날과 대패날을 손상시켜 꾸중도 많이 들었다. 나중에는 아예 낡아진 톱과 대패를 나의 전용 연장으로 주기도 했다.      


지금도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디테일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젬병이다. 아무리 기능에 방점을 둔다고는 하지만 디자인과 디테일이 약하다 보니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가족에게 들어 본 적이 없다. 그저 고생했다는 말을 들을 따름인데,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하는 의구심이 있다.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에~?라는 의구심이다. 시골집 폐목재가 아니라 건재사의 반반한 목재로 만들었으면 칭찬을 받았을 거라는 자뻑의 환상을 하기도 한다. 아, 좋아서 혼자 즐기는 일이라면서 왜 나는 인정을 받으려는지 모르겠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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