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맛비를 핑계로 산책을 게을리했다. 하루 최소 5 천보 이상을 걸어야 모니모앱의 포인트가 나오는 데도 말이다. 오늘은 비가 그치고 모처럼 석양이 지는 운동장으로 아내와 산책을 나갔다.
운동장 입구에는 에어로빅 열기로 뜨겁다. 하지만 운동장에 들어서면 조용히 트랙을 거닐며 사색하는 이들이 많다. 커플 간에, 가족 간에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고즈넉한 산책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들의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석양 속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보니 목가적 풍경을 서정적으로 노래했던 예세닌의 詩들이 떠오른다.
예세닌의 詩중에서
‘자작나무’, ‘주홍색 여명’, ‘나는 첫눈 속을 거닌다’ 등에서는 저녁 석양의 표현이 있다.
예세닌은 이사도라 던컨과 짧은 결혼생활을 했다. 석양이 지는 저녁이 되면 이들도 서로의 손을 잡고, 목가적인 아닌 도회적인 저녁 풍경 속에서 미래의 행복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을 것이다.
다정한 청춘 커플의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詩가 있다. 문정희 시인의 “키 큰 남자를 보면”이다. 170센티가 조금 못 되는 나로서는 한 때(?) 가슴 아픈 詩였지만 이제는 사랑의 詩로 바뀌어져 있다.
서로가 사랑의 마음을 가지면 아무 걸림돌이 아닌 것을 왜 그때는 아파했었는지...
<키 큰 남자를 보면>을 읊조리며 또 하루를 마쳐야 할까 보다.
- 문정희 -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걷기 관련 이야기는
아제베의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