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이나 되는 연휴, 회사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즐거웠다. 이번 추석은 처갓집에서 이틀 반, 우리집에서 이틀 반을 보내기로 마음먹었고 짐을 싸서 호기롭게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벗어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얼굴빛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명절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부부의 컨디션의 최악에 가까워져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것과는 결이 좀 다른 '명절증후군'을 겪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편안한 집을 떠나 있다 보면 하루, 이틀 정도는 즐겁지만 그 이상이 되면 항상 불편함이 찾아왔다. 루틴이 깨져서인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대미지를 받곤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 명절에도 일어났다. 이틀 정도가 지나자 자꾸 힘에 부치고 머릿속에 집 갈 생각만 났다. 누군가는 '가서 너무 고생한 거 아니야?'라고 물을 수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맛있는 것 먹고, 영화 보고, 누워서 쉬는 것이 전부다. 장인, 장모님도 잘해주시고 처형과 형님도 전혀 불편함 없이 대해주신다.
이런 '휴식'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화가 되지 않고 피곤하고 얼굴빛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원래도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왔던 여드름도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컨디션 난조다.
역시 '남의 집안'이라 그런가라는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마, 아빠는 와이프는 물론 내게도 무언갈 시키지 않았다. 그저 먹고, 놀고, 잘 뿐이었다. 그런데 앞서 발생한 신체적 현상들이 더욱 악화가 됐다. 여드름은 더욱 악화되어 나의 얼굴에 작열감을 일으켰고 일부러 꼭꼭 씹어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소화가 항상 불편했다.
그렇게 또 이틀 우리 부부는 힘겹게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질 않고 쉬는데도 불편하다니...'
집에 가면 빨래와 청소, 식사준비도 직접 해야 하고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자꾸만 집생각이 났다. 장기간 여행을 떠났을 때 느껴졌던 고통과 비슷한 류의 고통. 그렇게 어찌어찌 5일의 시간이 지났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후 드디어 전주로 출발했다. 신기하게도 전주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낯빛도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 운전하는 와이프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이제 좀 편해지는 느낌이다.'
와이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해 짐정리를 대충 한 후 바로 탁구장으로 갔다. 열심히 탁구 연습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돌리고 밥을 해 먹고 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에서 승리를 지켜본 후, 씻고 아주 일찍이 침대에 누웠다. 나른함, 편안함이 우리 몸을 덮쳤다. 더 좋은 침대도 아니고 할 일도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집에 왔다는 사실이 우리 둘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린 진정한 집돌이, 집순이였던 것이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조금 보다가 책을 잠깐 읽었더니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잠잘 때가 된 것이다. 평소와 달리 몇 시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불을 끈 후, 우리는 별다른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