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너의 시간이 늘어가는 만큼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

by 김작가

첫째가 태어나고 온전히 아이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는 너무너무 행복하고 경이로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벌써 10년 가까이 흐른 세월 탓에 힘든 것들이 다 미화됐을 수도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도 이때는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서적 황금기.


하루아침에 작고 작은 아이의 전부가 된 나는 오직 이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노는 일에만 전념하면 되는 미션과 함께 1년간은 정신적으로도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특권을 얻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공부도 시험도 회사도 어떤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이 아이는 세상에 하나뿐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지어지는 이 귀여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온 우주를 통틀어 나만이 할 수 있다니! 나는 너의 전부이고, 너는 나의 전부였던 다시 생각해도 너무 좋았던 시절이다. 24시간 내내 무엇을 언제 먹었는지, 언제 똥을 쌌는지, 언제 잠을 자는지를 모를 수가 없었다. 분명 10개월을 품고 세상 밖에 나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 몸이었다.


그러던 아이의 하루에 내가 모르는 시간이 생긴 건 바로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너무나 좋다는 선배 엄마들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고대하던 첫 등원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랑 떨어질 수 없다며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며 우는 너를 억지로 떼어놓고 나와 주차장에서 네 울음소리가 잦아지기만을 기다리며 같이 울었다. 24시간 일 년을 넘게 붙어 있던 우리는 서로 그렇게 각자 보내는 시간이 생겼다. 한 시간, 두 시간, 점심도 먹어보고, 낮잠도 자보고 하며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갔다.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사진을 보며 차츰 내가 모르는 너의 시간에 익숙해져 갔다. 아침마다 죽어라 울던 너도 익숙해져 가는지 차츰 울지 않고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붙어 있지 않아도 서로 잘 지내고 있겠지 하며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데 적응하고 있었다.


어느덧 10살, 8살이 된 아이들의 하루에는 내가 모르는 일들이 가득하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 다 쌌어. 똥 닦아줘!!"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더우면 혼자 샤워하고 나오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발견한 쑥 커버린 아이들의 손과 발, 길어진 다리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3학년인 첫째는 매일 아침 1학년이 된 동생을 교실까지 데려다주고 간다고 한다. 이 또한 내가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아침마다 횡단보도까지 바래다주고 거기서부터는 둘이 손을 꼭 붙들고 등교를 하는 뒷모습을 보면 씩씩하게 보내고 올 각자의 시간을 온 마음을 담아 응원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연습을 하는가 보다. 언젠가는(머지않은 날에) 너의 하루는 내가 모르는 시간들로만 채워지겠지? 단단하게 꼼꼼하게 잘 채우고 있으리라 응원할 그 마음을 오늘도 연습하고 있나 보다.


자유부인을 그토록 염원하던 불과 1,2년 전과 달리 순간순간, 이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운 씁쓸함이 스쳐간다. 있다가 하교하고 오면 엄마가 맛있는 간식도 준비해 주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학교에서 있었던 재밌었던 일들 잘 들을 준비하고 있을게... 알차게 보내고 좀 있다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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