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초보강사도전기

무자격증무경력자의 100% 실화극

by 리턴브레인

첫출발은 단전호흡강사였다.


노인복지관 강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 지를 몰라 무작정 '노인복지관 강사', '노인복지관 산수' 등으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마침 올라온 'G노인복지관 산수반 강사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다. 당장 이력서를 넣었고, 운 좋게 면접 날짜가 잡혔다. 첫눈에도 초보인듯한 담당사회복지사 2명이 면접관이었는데, 함께 면접 보기로 했던 담당 과장님이 회의가 길어져 자신들과만 보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자리에 앉는데, 속으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맙던지... 그들이 자리에 앉아서 맨 처음 내게 한 말은, 여기 노인복지관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곳이라는 얘기였다. '오, 그렇구나' 하고 그렇게 노인복지관에 대해 아는 게 하나 생겼다.


노인복지관 왕초보강사 지망생인 나는 어떤 태도와 답변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그들의 질문에 최대한 '나'라는 사람의 내막을 모르도록 그들의 마음에 드는 대답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노인복지관내부에 대한 분위기나 정보가 하나도 없는 내게 나와 같이 초보인듯한 면접관들은 노인대상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 수업 중에 어르신들끼리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들을 해왔다. 당연히 나는 어르신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엄청 열심히 수업할 것처럼 대답했고, 집으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채용 결정되었다는 전화가 그날 바로 왔다. 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되는데? 싶었고 당연히 기뻤다... 그런데, 그즈음이 코로나가 시작되려고 하던 때라, 개강이 자꾸 미뤄지고 미뤄지고 또 미뤄지고, 몇 번은 개강이 연기되어 죄송하다는 전화가 왔지만, 결국 일부 과목만 개강하게 되어 산수반은 그냥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첫 노인복지관 체험은 싱겁게 끝났다. 한편으론 안 다니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1시간 수업에 강사료가 3만 5천 원인데, 그곳은 집에서 거의 한 시간 거리였던 것이다. 그래도 개강했으면 가긴 갔을 텐데ㅎㅎ..., 무자격증무경력에 부산사투리까지 심한 나는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산수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노인복지관 산수반의 부름을 기다리다가 코로나와 함께 복지관초보강사의 경력을 만들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전 국민 코로나 백신행렬이 1차, 2차까지 진행되면서 드디어 조금씩 노인복지관이 하나둘씩 개강되기 시작했다. 대신 마스크를 써야 했고, 백신은 꼭 맞아야만 했다.

내가 노인복지관에서 할 수 있는 수업 자체가 별로 없었고, 당연히 요구하는 자격증이나 노인대상의 수업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과목도, 지원할 기회도 없었다. 거의 모든 복지관에서 뽑는 영어, 중국어, 일어등과 통기타, 음악계통으로는 결이 정말 달라서 서울 어디든 자격증 필요 없는 노인복지관 과목을 찾다 보니 얻어걸렸던 G노인복지관의 산수반은 코로나와 함께 개강없이 바로 폐강되었고, 더 이상 노인복지관 산수반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동작구에 있는 S복지관의 '단전호흡 강사모집'이라는 공고가 나왔다. 이때 나는 노인복지관에 다니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TV나 유튜브에서 떠다니는 부정확한 정보들과 오랜 TV프로그램인 '전원일기' 정도의 어르신들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여 겁도 없이 단전호흡강사에 지원했다. 감히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전호흡을 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없다 보니 지원하는 강사도 적어서 경쟁률이 낮을 거 같았고, 또한 단전호흡은 발급자격증이 없을 거 같아서였다.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고, 과장님과 사회복지사 2명이 나와 함께 다른 강사 한 명의 면접을 보았다. 옆에 앉은 함께 면접 보는 강사의 거침없는 대답을 들으면서 속으로 '와~ 말 잘한다' 감탄하면서 경험 없는 나로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은 보일 수가 없었기에 순진하고 성실해 보일 수 있는 답변만 최대한 했다. 단전호흡수업을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지원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던 내가 정말 기특하다.


그리고, 또 믿을 수 없게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홈페이지에 최종합격자로 내 이름이 똿! <최종합격자 이*담> 이렇게 말이다ㅎㅎ

일단, 노인복지관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에 쫓아내기 전까지는 무조건 다니자는 생각으로 첫 수업에 당장 쫓겨나도 할 말 없을 만큼 별로 준비도 안 하고 씩씩하게 출강했다.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지나기 전이라 마스크를 썼고, 수강 정원은 다행히 10명뿐이었다. 강당에서 수업하는데, 나는 마이크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음향은 어떻게 켜고 넣는지도 몰랐기에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친절한 사회복지사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강당으로 가는 길에 그냥 별생각 없이 가볍게 물어보았다. "여기 단전호흡반은 생긴 지 얼마나 되었어요?", "네~ 제가 알기로는 한 10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오신 분들 대부분이 계속하시던 분들이라 수업하는데 힘들지는 않으실 거예요~^^" 친절한 사회복지사의 이 대답을 들은 순간부터 갑자기 나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다리가 후덜 거리고, 이빨이 덜덜거리면서 식은땀이 나고 눈앞이 캄캄 해졌다. 정말 캄캄해졌다. 그리고 강당에 도착해 버렸다.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담당자가 음악이랑 마이크 세팅하기를 기다리는데, 담당자가 오늘이 첫 수업이다 보니, 스피커랑 기기사용이 준비가 안된 거 같으니 오늘은 그냥 하시고 다음 주에 미리 준비해 두겠다는 말들을 했던 거 같은데, 이런 모든 말들이 귀에 들리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앞에 앉아 계신 수강생분들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단전호흡 숙련자임을 너무나 장엄하게 보여주면서 자리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헉헉헉. 이 일을 어찌할꼬.


떨리고 자신 없고 죄송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부끄럽게도 엄청 큰 소리로 뭐라 뭐라 떠들어댔던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무튼 그렇게 첫 스타트를 끊었고, 무모하고 죄송한 단전호흡수업을 11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까지 이어갔다.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