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원한 화자 May 04. 2019

우리는 서울을 탈출합니다.

우리 부부의 서울 탈출기 (1)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대학 후배인 아내는 저보다 한 살이 어리니 14년이 됐네요. 지방 소도시에서 20년을 자란 우리에게 서울이란 도시는 이상향, 꿈을 이룰 수 있는 곳, 멋진 신세계였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번듯한 직장도 이곳에 잡았습니다.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할 수 있게 된 것도 서울 생활 덕분입니다. 그런 지금, 우리는 이제 서로의 직장을 정리하고 서울을 탈출할 예정입니다.


 서울 탈출은 사실 저의 오랜 고민이었습니다. 고민의 이유는 첫 번째, 서울의 집값 때문입니다. 저와 와이프는 고소득은 아니지만 둘 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은퇴 전에 내 집을 갖는 것은 ‘꿈’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만 쉬고 20년을 모아야 간신히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셈법은 '내 집 마련'이 꿈보다는 환상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혹여 청약 당첨이 돼 분양을 받는다 하더라도 은퇴하기 직전까지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그런 생활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금 제가 막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제가 올해 서른 넷이니 이 아이가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제 나이는 쉰넷입니다. 회사원이신 분들 주변을 둘러보세요. 몇 안 되는 임원을 제외하면 쉰네 살의 직장인이 조직에 몇 명이나 있나요? 앞으로의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겁니다. 제가 쉰넷이 되면 지금 제 나이 또래의 똑똑하고 능력 있는 ‘젊은것’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겠죠. 오십 줄에 회사에서 밀려나면 전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제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제적 지원이 가능할까요? 어떻게든 생활은 되겠지만 말 그대로 살아내는 그런 삶을 저와 제 아내는 그렇게 팍팍한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는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이외에 인생, 교육, 관계 등에 대한 부차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우리가 탈출하기로 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써 놓고 보니 모두 경제적인 이유네요. 클린턴도 그랬고, 클린턴의 말을 빌어 MB도 그랬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그리하여 우리는 서울을 탈출하려고 합니다. 이곳은 20년간 지방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유학하고 자리 잡았던 우리 부부의 서울 탈출기입니다. 우리가 왜 떠나고(좀 더 자세히), 어디로 떠나고,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 그것을 위해 어떤 시도와 노력을 하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는지를 여기에 오롯이 남길 예정입니다. 우리들의 탈출기는 누군가에겐 서울에 뿌리내리지 못한 루저들의 일기일 수도 있겠고, 저희처럼 탈출을 꿈꾸는 분들에겐 가이드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떻든 간에 우리의 탈출기가 각자의 인생에서 아이디어 혹은 영감 그렇지 않다면 작은 즐거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을 떠나면   우리가 아쉬워 할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