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삶이 재미가 없어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이런 생활들이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이어지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회사를 가는 지하철 안과 버스 안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건 삶이 아니었다.
나를 갉아먹는 하루하루였고 몸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나에겐 탈출구가 필요했다. 이 지독한 일상을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다 어느날, 서점에 갔다. 평소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눈에 들어왔다.
글쓰기 작가와 마라톤.
이 두 주제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긴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면 밖으로 달리는 일보다 방 안에 앉아서 계속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달릴 시간이라곤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얼른 책을 집어들고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읽고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계속 읽기 시작했다. 그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으며, 달릴 때 어떤 운동화를 신는지 또는 어떤 마라톤 대회들을 나가서 완주를 했는지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그 순간, 한번 나도 달려보자는 도전 정신이 생겼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 않았나. 달리다 보면 나의 삶을 어느 순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도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고 스트레스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이 들자마자 집 근처 아디다스 매장으로 들어가 런닝 신발을 구매했다. 오래 달려도 발이 아프지 않고 가벼운 신발로 골랐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새로산 신발을 신고 바로 집앞 강가로 나갔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달린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올랐다. 그렇지만 쉬지 않고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계속 달렸다. 힘듦이 차차 사라지고 상쾌하고 기분 좋은 감정이 몰려왔다. 그리고 아무 고민, 쓸데 없는 생각들이 들지 않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동안 내가 삶에 지쳐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 가벼워지고 힘차게 나아갔다.
목표한 3KM를 달리고 집으로 돌아와 씻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기분 좋은 피로감이 찾아왔다. 그렇게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