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

# 오늘도, 수영.

by 메이 메이

나는 매주 화, 목요일 수영 강습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자유형 기초부터 시작된 강습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 팔 꺾기 순으로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은 성인 남녀 20명. 강습이 시작되면, 어색하고 설레는 순간은 잠시. 실력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가 정해졌다. 나는 수영은커녕 운동이라고는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기에, 40대인 나이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네 번째 자리가 내 차지가 되었다.

앞, 뒤에는 60대 후반의 여성분들이 계신다. 그리고 그 뒤는 70대인 할머니 두 분이 자리를 잡고 계셨다. 수영을 배운 지 9개월이 지났으므로 그분들은 매우 친해지셨다. 수업 중간에 쉬어갈 때쯤 나를 건너뛴 그분들의 폭풍 수다가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매우 어정쩡한 포즈와 표정으로 그 순간들을 지나가야 했다.


그 순간을 견디기 힘들었다면 나는 자리를 옮겼어야 했다. 앞 줄에는 30,40대 여성들이 다글다글 모여 있으니 그곳으로 이동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나의 수영실력은 그 자리를 막차고 나갈 만큼 좋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번번이 뒷사람에게 추월당했다. 분하고 억울하고 슬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담담히 그 순간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었다.

새로운 영법을 배울 때마다 잘 해내고 싶었다.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한 마리의 향유고래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나 비루한 나의 몸뚱이는 그걸 해내지 못했다. 물에 빠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물을 하도 먹어서 배가 부르고, 팔다리는 갈 곳을 잃어 허우적 거릴 때쯤이면 수업이 끝났다.


강습이 없는 날이면 자유수영을 갔다. 수영이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 몰랐는데, 자면서도 수영하는 꿈을 꾸었다. 수영장을 가는 발걸음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지만 나올 때는 행복감에 젖었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갔다. 봄이 오고 여름이 왔다. 전혀 늘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수영 실력은 조금씩 늘어갔다. 아아, 나는 느린 학습자가 맞다. 거북이처럼 느리고도 더디게 실력이 늘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뽀글뽀글 거품이 느껴졌다. 그런 순간이 매우 자주 찾아왔다. 수영을 하는 도중에 강사샘이 나를 밀어당겼다. 동작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나와 내 앞에 계신 분의 자리가 뒤 바뀌어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앞자리 여성 분은 화가 난 듯했다. 이를 어쩌나,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우물쭈물거리고 있을 때 그분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좀 천천히 와. 너무 빨리 따라와서 불안하잖아!"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날은 매번 그분을 따라잡았다. 그 분과 간격을 두고 한참 후 출발하기도 했고, 뽀글뽀글 거품이 보일 때면 매우 느리게 움직여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노련하게 처리할 만큼 나는 실력이 좋지 못했다. 내가 따라잡는 것을 그분이 몰랐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매번 들켰다. 수업이 끝날 때쯤 그분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흔히들, 수영장 비매너로 앞사람 발을 터치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그것을 매번 한 격이었다. 샤워를 끝나고 파우더룸에 들어갔을 때 그분의 화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억울했다. 항변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입을 꾹 다무는 것이었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수업이 끝나고 수영장 문을 나설 때면 그렇게 행복했는데, 그날은 그런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마음이 천근만근이나 무거워졌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 자유수영을 가야 하는데 애먼 가방만 만지작 거렸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근육통이 한 번에 밀려온 느낌이었다. 양쪽 어깨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셨다. 발목도 욱신거리는 듯했다. 현관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왔다. 물 묻은 솜처럼 잔뜩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질질 끌고, 수영장에 갔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섰다.


수영장에도 사람이 산다.

수영하는 방법에만 관심을 두었던 예전과는 달리 수영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어쩌면 몸과 마음이 한결 여유 있어진 탓이리라.

오래 즐겁게 수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즘 나는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사람을 배려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가능하면 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다.

어쩌면 내 수영에도 이제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우선 실력이 좋아야겠지. 수영 연습을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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