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움

비계설정

by Soo

나는 8개월에 처음 설거지하는 엄마의 뒤통수에 대고 '엄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깜짝 놀란 엄마는 '뭐라고?'라고 되물었고 나는 똑똑히 들으라는 듯 다시 한 번 '엄.마.'라고 했단다.

말문이 트인 나는 그 때부터 이야기꾼이 되었다.

이야기를 지어내서 말하기를 좋아했는데, 특히 도깨비가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집에는 어린이용 마이크와 녹음카세트가 있었고 할아버지는 내가 그 이야기들을 녹음할 수 있게 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듣는 이가 있든 없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었고, 마음껏 말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쩌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앞뒤 맞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는 손녀의 이야기에 일일이 반응해주기가 버거워 생각해낸 대응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말하는 직업을 선택하게 하는 첫 도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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