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내가 요리사
이야기.
8스푼의 까다로움
결혼하고 신랑과 처음 싸운 건 짜파게티 때문이었다. 나는 봉투에 적힌 레시피대로 면을 끓이고 나서 물을 8스푼을 남기려고 했고, 신랑은 오랜 경험으로 그보다 물이 더 넉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었다. 나는 물이 많은 짜파게티를 싫어한다. 남편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나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싱크대에 확 던져버렸다.
웃기다. 고작 짜파게티 레시피로 싸우다니.
지금 나는 신랑 레시피에 따르고 있다. 면을 1, 2분 덜 끓여 8스푼보다는 더 넉넉하게 물을 남기고 분말 스프를 넣고 1분가량 더 볶으며 물을 조절하면 딱 좋다. FM인 데다 요리도 못하는 나는 그놈의 8스푼을 꼭 지키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늘 그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아니, 물을 버리면서 어떻게 남은 물이 8스푼인지 아는가. 그런데도 난 늘 8스푼을 꼭 지키려 힘썼다.
짜파게티도 어려운 내게 요즘의 짜파구리는 더 고급 레벨이다. 너구리 면을 30초 먼저 넣네 마네, 너구리 스프는 3/5네 1/2네, 면을 삶고 남기는 물의 양은 국자 1스푼이네, 2스푼이네. 맛있기는 한데 뭔가 복잡하다. 이쯤 되면 짜파구리보다 파스타가 더 쉬울 수도 있겠다. 레시피가 간단하다. 짜파구리보다 더.
주말 점심, 요리하기 귀찮고 라면만 먹기에 문득 죄책감이 들 때면 재료도 간단한 알리오올리오 파스타가 제격이다.
1. 재료
- 파스타면, 마늘, 올리브유, 매운 고추(페퍼론치노가 있다면 좋고 없으면 청량고추도 충분하다), 후추, 소금
- 새우를 넣어주면 더 좋다. 단백질이 빠지면 서운하니 뭐라도 넣어주는 편이다(... 스팸도 넣어봤다)
2. 레시피
포털에 정말 많은 게 알리오올리오 레시피다. 간단하게 한 줄 요약으로 갈음한다.
- 소금을 조금 넣은 물에 면을 삶고, 삶는 동안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다가 새우와 페퍼론치노를 넣고 살짝 볶은 뒤, 그쯤 다 삶아진 면을 넣고 면수를 취향껏 넣은 후, 올리브유가 면에 잘 코팅되도록 볶는다. 접시에 담고 후추로 마무리
오늘은 마트에서 세일하기에 사두었던 바질 페스토를 마지막 순간 두세 스푼 넣어주고 빠르게 버무렸다. 좋다. 앞으로 오일 파스타 할 때 꼭 넣어야겠다.
3. 완성
간단하지만 있어 보이는 한컷. 올리브향과 마늘향, 거기에 바질향까지. 주말에 집에만 있기 심심했던 기분을 조금 달래준다. 미각, 후각, 시각까지 모두 행복한 주말 점심이다.
들인 노력에 비해 맛이 일품인 한 끼 식사다. 노력 대비 가심비 굿.
늘어지기 쉬운 주말에 귀찮다고 대충 라면으로 때우지 말고 건강하게 먹자고 다짐한다.
나를 위해 모두를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