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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Mar 08. 2020

짜파구리보다 쉬운 파스타

일요일엔 내가 요리사

이야기.

8스푼의 까다로움

결혼하고 신랑과 처음 싸운 건 짜파게티 때문이었다. 나는 봉투에 적힌 레시피대로 면을 끓이고 나서 물을 8스푼을 남기려고 했고, 신랑은 오랜 경험으로 그보다 물이 더 넉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었다. 나는 물이 많은 짜파게티를 싫어한다. 남편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나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싱크대에 확 던져버렸다.


웃기다. 고작 짜파게티 레시피로 싸우다니.

지금 나는 신랑 레시피에 따르고 있다. 면을 1, 2분 덜 끓여 8스푼보다는 더 넉넉하게 물을 남기고 분말 스프를 넣고 1분가량 더 볶으며 물을 조절하면 딱 좋다. FM인 데다 요리도 못하는 나는 그놈의 8스푼을 꼭 지키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늘 그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아니, 물을 버리면서 어떻게 남은 물이 8스푼인지 아는가. 그런데도 난 늘 8스푼을 꼭 지키려 힘썼다.


짜파게티도 어려운 내게 요즘의 짜파구리는 더 고급 레벨이다. 너구리 면을 30초 먼저 넣네 마네, 너구리 스프는 3/5네 1/2네, 면을 삶고 남기는 물의 양은 국자 1스푼이네, 2스푼이네. 맛있기는 한데 뭔가 복잡하다. 이쯤 되면 짜파구리보다 파스타가 더 쉬울 수도 있겠다. 레시피가 간단하다. 짜파구리보다 더.


주말 점심, 요리하기 귀찮고 라면만 먹기에 문득 죄책감이 들 때면 재료도 간단한 알리오올리오 파스타가 제격이다.





1. 재료

- 파스타면, 마늘, 올리브유, 매운 고추(페퍼론치노가 있다면 좋고 없으면 청량고추도 충분하다), 후추, 소금

- 새우를 넣어주면 더 좋다. 단백질이 빠지면 서운하니 뭐라도 넣어주는 편이다(... 스팸도 넣어봤다)


파스타면, 마늘, 올리브유만 있으면 끝이다. 라면만큼 간단하다



2. 레시피

포털에 정말 많은 게 알리오올리오 레시피다. 간단하게 한 줄 요약으로 갈음한다.

- 소금을 조금 넣은 물에 면을 삶고, 삶는 동안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다가 새우와 페퍼론치노를 넣고 살짝 볶은 뒤, 그쯤 다 삶아진 면을 넣고 면수를 취향껏 넣은 후, 올리브유가 면에 잘 코팅되도록 볶는다. 접시에 담고 후추로 마무리

오늘은 마트에서 세일하기에 사두었던 바질 페스토를 마지막 순간 두세 스푼 넣어주고 빠르게 버무렸다. 좋다. 앞으로 오일 파스타    넣어야겠다.


면을 삶을 때 소금을 꼭 넣는다, 파스타 면수는 남은 양이 8스푼인지 9스푼인지 체크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마늘만 먼저 살짝 볶다가 준비한 재료를 모두 볶는다. 그러다 면도 함께 볶는다. 이때 취향껏 면수를 넣어주면 된다. 8스푼 필요 없다



3. 완성

간단하지만 있어 보이는 한컷. 올리브향과 마늘향, 거기에 바질향까지. 주말에 집에만 있기 심심했던 기분을 조금 달래준다. 미각, 후각, 시각까지 모두 행복한 주말 점심이다.

 


들인 노력에 비해 맛이 일품인 한 끼 식사다. 노력 대비 가심비 굿.

늘어지기 쉬운 주말에 귀찮다고 대충 라면으로 때우지 말고 건강하게 먹자고 다짐한다.

나를 위해 모두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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