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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Jan 15. 2021

‘매일 글쓰기’라는 무서운 계획 앞에서

새해 계획은 잘 세웠나요?

2021년은 뭘 해보고 싶어?



남편에게 물으며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21년에는 뭘 해볼까.


어릴 때부터 새해가 되면 으레 엄마와 식탁에 앉아 새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적었다.


반에서 몇 등하기, 새 학년 좋은 친구 사귀기,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등등


이루고 싶은 목표라기보다는 되었으면 하는 소망에 더 가까웠다.


새해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희망사항을 적었던 것이다.


1년이 지나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전년도에 적은 내용을 보면 이루어지지 않아 또 다른 새해의 소망으로 옮겨가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1월 1일은 영험한 기운이 흘러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봐도 속상하기보단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로 벅차고 설렜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새 새해는 그냥 ‘하루 되어 버렸다.



새로운 해의 기대와 설렘보다 현재의 안정이 더 커서 그저 덤덤히 새해를 맞이한다.


그러다가 올해는 좀 다르게 새해를 맞이하자고 결심을 했다.


무슨 계기인지 모르겠다.


‘치열하게 살아도 바뀌는 게 없어, 워라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그냥 기분 좋게 살자.’


이렇게 몇 년간 버티던 내 논리가 이제는 두 손 든 셈이다.


과거에 강하게 새겼던 꿈과 미래가 내게 말을 건다.


“네가 그렸던 그 모습, 네가 상상했던 만큼 지금 나 저기 가야 하거든. 이제 그만 좀 가자.” 하는 것 같다.


그 꿈과 미래가 이제는 죄책감으로 둔갑하여 나를 쿡 찌른다.




만다라트의 마법



작년 겨울부터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새해는 다시 예전처럼 목표를 세우고 나만의 의식을 갖기로 말이다.


이번에는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었으면 한다.


거의 한 달 간을 어떻게 계획을 세울지 고민하고 서칭했던 것 같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한 ‘노션’에 ‘목표페이지'를 꾸미느라 시간을 더 지체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비전보드’, ‘만다라트’ 등등 목표 도구를 만났다.


좋아, 점점 그림이 그려진다.


우선, 비전보드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삶, 인생에서 이루기를 바라는 목표, 좀 거창하지만 비전이 있어야 새로운 한 해의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이 가치가 있는가?

임종을 맞을 때, 어떤 것들을 성취했다면 하고 바랄까?


이 질문에 답을 하느라 또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만다라트’를 보게 된다.


만다라트는 1979년 클로버 경영연구소에서 마츠무라 야스오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만다라트로 더 유명한 사람은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일 것이다.


오타니 쇼헤이의 고등학교 시절 만다라트다.


인간성과 운까지 여기에 넣어둔   흥미롭다.

오타니 쇼헤이는 실제 목표를 이루었고, 괴물 투수로 이름을 알린다.

지금은 MLB LA에인절스에 소속되어 있다.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만다라트



만다라트는 중심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적고, 이를 위한 실천 주제 여덟 가지를 주변에 적는다.


그 후 주변에 적은 여덟 가지의 주제를 다시 사방에 배치하고 그를 실천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실천 계획으로 또다시 주변에 적는 식이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발하다. 역시 자기개발서의 나라답다. 인정.



브런치 매일 1편...
정말? 잘 생각해 봐...



이번에 나도 만다라트를 이용해 21년 계획을 세웠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마음, 몸, 기술, 생활요소 네 가지 영역을 골고루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실천 계획에 ‘브런치 매일 1편’을 써야 할 판이다.


하루 정도 고민을 했다. 이 계획, 좀 무섭다. 선뜻 못쓰겠다.


결국, 나는 만다라트에 ‘브런치 매일 1편’이라고 떨리는 손으로 썼고 지금 이를 실천하느라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건 확실히 브런치에 간신히 하나씩 글을 올리던 내 무능력에 대한 도전이다.


지금도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있는지, 이 글을 꼭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는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기는 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마감시간을 정하라
  - 글 잘 쓰려는 욕심에 한없이 붙잡고 있으면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둘째, 자기 최면을 걸어라
 -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남들은 내 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글이 술술 나온다

셋째, 몰입하라
  - 앉아서 한 줄이라도 쓰면 그 문장을 붙들고 집중하게 된다


조금 나를 안심시킨다.


새해에는 ‘작가의 서랍’에 글들이 좀 줄었으면 한다.

꾸준히 되든 안 되든 매일 한 편 글을 써봐야겠다.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

에라 모르겠다.

그냥 ‘발행’ 눌러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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