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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Mar 11. 2017

#00, 시코쿠 여행 준비하기

든든히 먹어두는 걸로

걷기 여행이다.

걷는 건 자신 있다.

나름 체력도 키웠다.

고생할거니 날마다 먹어 두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회, 참치, 여행 전날 장어까지.


그런데 10kg 이상 배낭을 지고도 40여 일 동안 걸을 수 있을까.

짐을 줄여야 하는 게 지상과제지만 챙길 것이 너무 많다.




배낭 – 38L 라푸마 2003년 모델

걷는 여행이니만큼 배낭과 신발 선택이 가장 중요하단 걸 여행 중에 알았다.

10여 년간 등산장비는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거듭했는데 너무 오랜 배낭을 지고 가는 바람에 결국 중도에 새 배낭으로 공수받아야 했을 정도!

새로 받은 툴레 캡스톤 50L 여성용 모델은 키높이 조절 기능, 통기성을 극대화한 메쉬 등판, 여성 체형에 맞는 어깨와 힙 벨트로 이루어져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보조 배낭도 가져갔으나 짐만 되고 필요치 않아서 첫 숙소에서 버리고 말았다.


신발 – 라푸마 트래킹화. 신고 벗기 편하게 보아시스템으로


의류 – 땀 배출에 능한 기능성 위주

여름용 등산바지 2벌, 가을용 등산바지 1벌

등산 티 여름용 긴팔 2벌, 짧은 팔 1벌, 가을용 등산 티 1벌

여름용 메쉬 집업 후드 1벌

가을용 등산조끼 1벌

초겨울용 다운조끼 1벌

바람막이 겸용 우비 1벌

속옷 3벌

양말 3벌

발가락 양말 3벌 결과적으로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발가락 양말 덕에 남들 다 생기는 물집 한번 안 생기고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물기 없는 발에 발가락 양말을 신고 그 위에 기능성 등산양말을 덧신은 후 휴식 때마다 양말을 벗고 발과 양말을 살짝이라도 말려서 다시 신는 게 물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모자 – 순례자용 모자인 스게 가사를 사용할 거면 필요치 않다.


결과적으로 옷가지를 너무 많이 가져가서 초반부에 가을용 등산 티, 등산바지, 등산조끼, 겨울용 다운조끼는 덜어서 맡겨야 했다.

숙소만 정상적인 곳에 머문다면 여름옷도 매일 세탁할 수 있으므로 한 벌로 족할 듯.




참고로 순례자용으로 정해진 복장이 있는데 머리에서부터 모자는 스게가사, 상의 하쿠의, 목에 두르는 와게사, 지팡이 콩고즈에, 납경책과 순례자용 명함인 오사메후다, 납경책 등을 넣어 다니는 보조가방이 그것이다.

화장품, 세면도구 – 기초 화장품과 선크림, 색조화장품. 세면도구는 샴푸, 린스, 바디 크린저 등 일체를 100ml 병으로 준비했는데 츠야도(절에서 운영하는 순례자를 위한 무료 숙소)나 젠콘야도(개인이 운영하는 순례자를 위한 무료 숙소) 위주로 숙박을 할 게 아니라면 거의 필요치 않다. 수건 역시


참고로 유료 숙소는 슈 쿠보, 민슈크, 료칸, 호텔 등이 있다. 슈쿠보는 절에서 운영하는 순례자용 숙소이고, 민슈크는 개인 민박, 료칸은 일본 전통 숙소로 민슈크보다 살짝 고가인 곳이 많다.

호텔은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부터 고급 호텔까지 있으나 시코쿠가 시골인 만큼 대규모의 초현대적 고급 호텔은 없는 듯.

이들 숙소에는 기본적으로 세면도구와 실내복인 유카타가 갖추어진 곳이 대부분이고, 1~200엔 정도에 세탁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약품 – 소화제, 지사제, 두통약, 밴드

오셋타이 답례품 – 한복 패션 열쇠고리, 냉장고 자석

선글라스 – 가져갔는데 필요성을 못 느꼈음. 선글라스 낀 순례자들 거의 없음

카메라 장비 – 무게상 이것이 제일 난감했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니콘 D800, 24-105mm, 라이카 180mm

삼각대 - 짖죠 1544T

외장하드 – 넥스토 스토리지 500G

가을 사진 소품 – 코스모스, 단풍잎 등 조화

여분 배터리, 충전기, 변압기 2개

통신장비 – Talk N Data에서 일본 유심 + 포켓와이파이 렌탈 (일본 내 무제한 통화, 무제한 데이터 이용 2개월 사용에 약 18만 원)

길을 헤맬 때 구글맵을 수시로 봐야 해서 매우 유용했다.

아이폰 7 플러스, 충전기


이렇게 배낭에 눌러 담으니 13kg 가까이 나왔는데 덜어낼 것이 없었다.

유럽, 지중해, 남미 배낭여행 때도 이 정도의 무게는 감당했었으니 어찌 되든 일단은 가봐야지 별수 있나.

가서 버리던지, 돌려보내던지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행경비 – 대략 500만 원.

중간에 3박 4일은 응원차 온 친구한테 온전히 신세를 졌는데도.

1번 절 료젠지에서 구입한 한글로 된 지도책이 2008년 판이었는데 도보로 전부 도는 경비가 대략 40만 엔이라고 되어 있었다. 물론 시코쿠까지의 왕복 교통비나 선물비, 장비 구입 비용 등은 비포함해서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딱 그만큼 들었으니 2015년치고는 알뜰하게 했다고 봐얄까.


항공권 – 이스타 약 20만 원. 생각보다 저렴. 아니 저렴한 요일을 택했다. 돌아올 때 날짜 변경 수수료 몇 만 원이 더 들었던 듯.

통신비 – 18만 원. 부담이었지만 아껴서는 안 될 듯.

보험료 – 7만 원. 무사귀환이라 소용없었지만 앞일은 모르는 거니 또 가더라도 다시 들 껄!

툴레 배낭 – 25만 원

기타 잡화 – 10만 원. 선물, 소모품 구입

순례 비용 – 400만 원

기타 쇼핑 - 20만 원


드디어 떠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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