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shelter
밤의 광장은 더위에 지친 이들을 물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빌딩 숲 반짝이는 조명아래 아롱진 물방울들이 사람들의 피부와 옷가지를 사정없이 적셔준다. 통통통 아치를 그리고선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의 시각적 향연. 줄기의 가장 센 구간에 맞닿은 작은 손바닥들의 절묘한 기울기가 여기저기 물총싸움을 일으킨다. 치열하다. 까르륵 꺄륵 소리를 지르며 물총을 쏘아대는 아이들, 손을 잡고 또는 잡지 않고 시시덕거리며 물속을 달리는 연인들, 이국에서 행복한 순간을 사진에 담는 다국적의 관광객들, 한낮의 폭염을 무사히 지낸 수많은 시민들이 물의 축제에 참여한다. 혼자서 또는 여럿이 서로의 생을 축하하며 군중으로 섞여든다. 일상의 틀과 더위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 주고는 흩날리는 물방울. 투명한 휴지休紙 앞에 멈춰 선다. 번들거림에도 아름답다 말하지 않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