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고 없어진
안던 너를
바람이 안던
안던 나비를
아이와 강아지 꼬리
안던 마을과 비의 정령
이 안던 거대한 머리 뿔을
안던 산양과 흑염소 떼
소나기가 안던 하늘과 낮달
은행나뭇잎 떨어져 땅을 안곤
우수수 가을 양탄자 걸은
발자국 자국 안던 웃음소리
고양이와 강아지풀 안던
지구 별 안은 멜로디 띠리링
마당에 내린 무지개 안던
너를 안던 이른 저녁에
흐르지 않는 그 시간이 앉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안던 얼굴
더듬거리며 만져본다 이마 눈썹 눈두덩이 뺨 콧대 콧방울 위아래로 갈라진 입술 두 개
둥글게 높은 코, 14살이었나 마지막 본 얼굴 생김 생김 느낌 좋던 얼굴 웃음 짓던 낯빛
바닷가 파도소리 들으며 누르던 셔터소리 익숙한 귀 기울이다 한 줌 안던 모래알 스르륵
손가락 사이 타고 흐르는 속도에 안긴 하모니 그리운 서로 허리 감싸 안던 따뜻한 체온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