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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과 Sep 21. 2018

과학자들이 '시럽'속에서 수영한 이유?

느려질지 빨라질지 궁금해서!

왜? 느려질지 빨라질지 궁금해서!


2004년 미국 화학공학회 학술지에는 ‘사람이 시럽 속에서 수영한다면 더 빨라질까, 느려질까?’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브라이언 게틀핑거와 에드워드 커슬러라는 두 과학자의 논문이었는데요. 여기는 글자 그대로 시럽 속에서 수영한 경우와 물 속에서 수영한 경우 각각 속도를 재고, 이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논문에는 유체역학 전문가를 포함한 과학자들의 설전이 나옵니다. 대다수는 시럽 속에서 수영하면 속도가 더 느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시럽의 점도가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저항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일부는 시럽 속에서 수영하면 팔을 돌릴 때 시럽을 미는 힘이 물을 미는 힘보다 크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죠. 과학자들은 여기서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따라서 직접 해보기로 결심합니다.


시럽 속에서 수영하면 느려질까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연구진은 실제 수영장을 시럽으로 채우기로 결심합니다. 그 수영장 안에 들어가는 물의 부피는 자그마치 65만 L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꽤 큰 규모의 실험을 준비합니다. 수영장과 시럽이 필요했습니다. 




시럽 수영장 만들기


해당 논문에 따르면 시럽 속 수영 실험 소식을 듣고, 주위에서 옥수수 전분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옥수수 전분은 하수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사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시럽을 만들 다른 재료가 필요했습니다. 연구진은 소스나 샴푸 등을 더 걸쭉하게 만드는 식품 첨가제인 ‘구아 검(guar gum)’을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구아 검은 하수구에 별 탈이 없을 뿐 아니라 식품 첨가물이기 때문에 삼켜도 괜찮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아 검을 이용해 만든 시럽의 밀도는 물의 밀도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참고로 수영을 할 때는 수영하는 액체의 밀도도 중요합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바닷물의 밀도가 더 높아서 사람은 위로 더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바닷물처럼 구아 검의 밀도가 높아졌다면 공평한 비교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구아 검을 이용하면 여러모로 좋은 실험 재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아 검 시럽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구아 콩을 이용해 만든 구아 검 가루를 구해서 물에 섞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양을 생각하면 절대로 간단하지 않습니다. 65만L의 물을 시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310kg의 구아 가루를 천천히 물에 섞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36시간동안 모터로 수영장 물을 저어서 시럽 수영장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커슬러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콧물같았다고 합니다.


콧물같은 시럽으로 가득 찬 수영장. 출처: https://research.cems.umn.edu/cussler/pool/




시럽에서 수영, 더 빨랐을까, 느렸을까?


이렇게 만든 콧물같은 수영장 안에서 자원한 16명의 사람들은 각각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하며 그 속도를 쟀습니다. 옆 사람의 페이스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명 씩 수영했으며, 한번 기록을 잰 뒤 3분씩 쉬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에서 수영했을 때의 기록과 비교했죠. 어느 쪽이 더 빨랐을까요? 


시럽 수영 시작! 출처: https://research.cems.umn.edu/cussler/pool/


놀랍게도, 물에서 수영하거나 시럽에서 수영했을 때, 속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커슬러와 브라이언 게틀핑거는 이 연구를 통해 한번 웃고 생각하게 하는 연구인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두 과학자는 수영복을 입고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소감으로 에드워드 커슬러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는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05년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브라이언 게틀핑거와 에드워드 커슬러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추정했습니다. 사람이 물에서 수영을 하는 경우에도 나아가려는 앞부분의 물이 상당히 많이 요동친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에서 수영하는 경우에도 이미 많은 방해를 받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즉, 유체의 점성이 증가해서 더 방해를 받는다고 해도, 원래 방해를 많이 받고 있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약 10% 증가하는 정도입니다. 동시에 시럽의 밀도가 증가해서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팔을 한 번 젓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에 속도가 똑같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의 경우 물 속에서 헤엄칠 때 앞쪽 물이 크게 요동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물고기가 시럽 속에서 수영한다면 평소보다 더 느리게 헤엄쳤을 거라고 연구진은 추측합니다. 


난 물이 죠아! 출처: flickr


<참고자료>


Gettelfinger, Brian, and E. L. Cussler. "Will humans swim faster or slower in syrup?." AIChE journal 50.11 (2004): 2646-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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