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으로 머리를 치면 뭐가 깨질까?
스위스 베른 대학교의 슈테판 볼리거, 스테펜 로스, 라스 오에스터헬버그, 마이클 탈리, 비트 누블
Stephan Bolliger, Steffen Ross, Lars Oesterhelweg, Michael Thali and Beat Kneubuehl of the University of Bern, Switzerland
서부극이나 느와르 영화에서는 종종 바에서 술병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맥주병은 머리를 내려 치며 산산조각이 나고, 맞은 사람은 피를 흘리면서 휘청거리며 일어섭니다. 살벌하기야 하지만, 이 정도 부상이면 도망쳐서 몇 바늘 꿰매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싸우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영화에서 쓰는 술병은 설탕 등으로 만들어서 잘 깨지게 돼있습니다.
실제 맥주병은 어떨까요? 맥주병이 아니라 머리가 깨질 위험은 없을까요?
맥주병으로 머리를 치면 머리가 깨질까 맥주병이 깨질까
슈테판 볼리거를 비롯한 스위스의 몇몇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너무 쉽게 맥주병을 휘두를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따라서 맥주병으로 머리를 쳤을 때 맥주병이 깨질지, 머리가 깨질지를 알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500mL짜리 맥주병을 준비합니다. 가장 간단한 실험방법은 맥주병으로 직접 머리를 친 뒤 둘 중 무엇이 깨졌나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머리를 조금 더 써서 안전성을 높이기로 합니다. 더 높은 곳에서 물체를 떨어뜨리면 더 강한 에너지를 갖는다는 법칙 덕분에, 두개골을 대신해서 1kg짜리 쇠공을 이용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실험방법>
1. 새 맥주병, 다 마신 맥주병, 1kg짜리 쇠공, 낙하실험장치를 준비한다.
2. 낙하장치 아래 맥주병을 두고, 높이를 2~4m로 바꿔가며 쇠공을 떨어뜨린다.
3. 쇠공이 떨어졌을 때 맥주병이 깨지는 가장 낮은 높이를 구한다.
4. 높이로부터 병이 깨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한다.
과학자들이 병의 두께를 잰 결과, 가장 얇은 부분은 0.2cm, 가장 두꺼운 부분은 0.34cm였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가장 얇은 0.2cm 지점으로 쇠공을 떨어뜨렸습니다. 맥주병의 가장 약한 곳으로 머리를 맞았을 때를 가정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실험 결과는 빈 맥주병> 새 맥주병> 두개골
<계산 방법>
충돌 순간 쇠공의 에너지 = 쇠공이 출발하는 순간의 위치에너지
= 질량(1kg)x높이x중력가속도(9.8 m/s^2)
우선 맥주병끼리 비교해보면 놀랍게도 빈 맥주병이 새 맥주병보다 더 강했습니다. 빈 맥주병을 깨는데는 40J의 에너지가 필요했던 반면, 새 맥주병은 30J의 에너지만 가해도 깨졌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두개골이 깨지는데 필요한 힘은 직접 구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1995년 위스콘신대학 과학자들이 연구용 시체를 이용해서 두개골의 여러 부분이 깨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알아낸 연구결과가 이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두개골이 깨지는 에너지는 14.1~68.5J입니다.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빈 맥주병이 가장 강하고 새 맥주병, 그리고 두개골 순입니다. 그리고 두개골의 가장 약한부분보다 맥주병이 두배 이상 강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면, 술집에서 싸움이 붙었을 때 맥주병을 들고 머리를 내려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단지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두개골 골절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Bolliger, Stephan A., et al. "Are full or empty beer bottles sturdier and does their fracture-threshold suffice to break the human skull?." Journal of forensic and legal medicine 16.3 (2009): 138-142.
Yoganandan, Narayan, et al. "Biomechanics of skull fracture." Journal of neurotrauma 12.4 (1995): 659-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