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사랑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다.
말을 잘 듣고,
표정을 살피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던 기억들.
그건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어쩌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조금 차가운 사람이 되었다.
사랑 앞에서 조심스럽고,
감정 앞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사람.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나는 사랑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물론 부모님은 다르게 생각하시겠지.
그들도 분명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지켜주고, 돌봐줬을 것이다.
하지만
주었다는데 나는 왜 받지 못한 것 같을까.
그 사랑은 어디서 새어 나간 걸까.
말이 아닌 눈빛이었을까,
상처 난 마음에 아무도 손을 얹어주지 않아서였을까.
그 사랑에는
무언가 결정적으로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 없었다기보다,
닿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 기억이 이제 와서
조금씩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아이였던 나는
그저 안기고 싶었고,
다정한 말 하나에 울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을 꺼내는 것조차
어색하고 겁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 와서
부모님이 점점 밉다.
어릴 땐 이해 못 했고,
커서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해라는 이름 아래 묻혀 있던 원망이
이제야 내 안에서 고개를 든다.
나는 지금 와서야
부모님이 밉다.
그리고 그 사실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미움은 사랑이 없어서 생긴 게 아니라,
사랑을 원했던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는 걸.
나는 병든 게 아니다.
나는 상처를 꺼내놓지 못해
굳어버린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차가워졌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