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그랬다.
같이 사는 일쯤이야 뭐,
잘 안 맞으면 따로 살면 되지—
가벼운 농담처럼 말한 적도 있었다.
어릴 땐 결혼이
사랑의 종착역인 줄 알았고,
조금 더 지나니
사랑의 변주곡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결혼이란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무시한 일이다.
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세계에
내 세계를 이식하는 일이다.
가족력, 생활 패턴,
돈을 쓰는 방식,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말투, 식성, 다툼의 스타일,
무심하게 던지는 말 한 줄기조차—
그 모든 게
내 안에 천천히 뿌리를 내린다.
결혼은 ‘함께 늙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망가졌다가 다시 고쳐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각자의 결핍이 마주치고,
어느 날은 서로의 슬픔을 번역하다 울고,
어느 날은
밥상 위에 놓인 깻잎 두 장을 사이에 두고
말없이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다는 건
‘나는 이 삶을 받아들입니다’라는
가장 위대한 맹세다.
내 숨이 다할 때까지
그 사람의 삶을 내 삶처럼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일이다.
되돌릴 수 없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
망설였지만 결국 선택한 단 하나의 세계.
그런 사랑을 만나
나란히 숨 쉬며
함께 늙어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할 수 있는 가장 긴 문장일지도 모른다.